취임이후 바이오사업 챙겨…임상 지체에도 투자 지속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수술 없이 관절에 주사…유전자치료제 첫 기술 수출
미국·유럽 진출도 청신호
[ 조미현 기자 ] 코오롱생명과학이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일본에 기술수출한 것은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에 또 하나의 쾌거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유전자치료제로는 처음으로 기술수출이 이뤄진 데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제약 강국 일본에서 인보사의 경쟁력을 높이 봤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적자를 보면서도 인보사 연구개발(R&D)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웅열 코오롱 회장(사진)의 집념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
까다로운 日에 수출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은 인보사가 투여가 간편하면서도 치료 효과가 뛰어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보사는 연골 세포에 재생 유전자를 전달해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기존 퇴행성관절염 치료제는 소염진통제, 히알루론산 주사제 등 짧은 시간 증상을 줄이는 약이 개발됐다.
인보사는 국내 임상시험에서 수술 없이 무릎 관절에 약물을 주사하면 1년 이상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내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일본 제약 시장은 세계 3위로 크지만 보수적이고 품질 관리가 엄격해 진출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기술수출 계약의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이 세계 50대 제약사이자 일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판매 1위 기업인 것도 인보사의 일본 내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일본은 40세 이상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2530만명으로 추산되는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취임부터 바이오 챙겨
코오롱이 바이오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96년 이웅열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이 회장은 바이오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1999년 미국 메릴랜드주에 바이오 기업 ‘티슈진’을 설립했다. 코오롱생명과학(옛 티슈진아시아)은 이듬해 한국에서 문을 열었다. 코오롱은 인보사 개발에 뛰어들면서 2012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했다.
임상시험 등 개발 과정이 지체됐지만 이 회장은 바이오사업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지원을 강화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코오롱생명과학이 시설 투자 등을 위해 단행한 11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85억원을 출자했다. 그는 지주회사 코오롱(지분율 20.34%)에 이어 2대 주주(14.39%)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불모지에서 대 蓚汰?오랜 시간 신약 개발에 집중한 것은 오너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내년 미국 시장 공략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에서 인보사의 임상시험 3상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판매 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 사례처럼 앞으로 임상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 기술수출 계약이 깨질 가능성도 있다. 회사측은 국내에서 임상시험 3상을 끝마치고 품목 허가 심사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일본 내 상업화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일본에 이어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추가 기술수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유전자치료제
잘못된 유전자를 정상으로 바꾸거나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환부에 투입해 증상을 고치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세계 시장 규모는 5억2300만달러로 매년 20~3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