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권한 내려놓겠다는 얘기 없는 상황서 논의 못해
대선후보·당 입장 다를 수 있어"
"야권 3당 국조·별도 특검 합의"
[ 손성태 / 임현우 기자 ] “대통령이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얘기도 없는 상황에서 여야가 거국내각을 논의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 새누리당의 제안은 진정성도 없고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거국인사 발탁 꼼수에 불과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는 1일 기자와 만나 “대통령이 제안한 것도 아닌 만큼 거국내각을 받느냐, 안 받느냐를 논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우 원내대표는 “‘최순실 게이트’는 내각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대통령이 권한을 어느 정도 내려놓겠다는 얘기도 없이 여야 인사를 섞어서 내각을 구성하는 것은 들러리 내각이지 거국내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우병우 수석 후임으로 최재경 민정수석을 서둘러 발탁한 것에도 날을 세웠다. 우 원내대표는 “민정수석을 앉혀놓은 상황에서 야당이 법무부 장관을 추천한들 무슨 실권이 있겠느냐”며 “대통령이 사법 권력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마당에 거국내각을 얘기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 등 야당 내에서 거국중립내각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데 대해 “대통령 후보는 후보의 길을 가고 당은 당의 길을 가면 된다”며 “당이 특정 후보와 소통하거나 입장을 상호 조율할 필요도 없고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할 뜻이 없음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당 정의당 등 원내대표와 만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별도 특검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는 특검과 국정조사를 병행하는 이유에 대해 “특검은 범죄혐의를 밝히는 수사이고, 국정조사는 처벌 대상이 아닌 허가사항 등 국정 농단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라며 “최순실 게이트는 특검이나 국정조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3당 원내대표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설특검은 5명의 수사인원과 기간도 60일 이내로 제한돼 있다”며 “최순실 게이트는 관련된 사람과 부처 등이 방대해 상설특검으로는 진상규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야당발(發)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일부 비난여론과 관련해 “거국내각은 좋고 나쁘고의 차원이 아니다. 하지만 거국내각이 어떤 형태와 성격을 띠느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제안이 담보된다면 정쟁으로 몰고 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손성태/임현우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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