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의무보유 확약 비율 높아…유통주식수 적은 종목 골라야
기관 보호예수 물량 쏟아지기 전 한 달 이내 매도 타이밍 잡아야
[ 나수지 기자 ] 증권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는 대부분의 ‘새내기주’는 이미 상장한 경쟁사들보다 몸값이 깎인 채 데뷔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모주를 청약해 상장 첫날에 파는 단순한 투자법으로도 연 5~10%의 수익을 내는 게 가능했다. 수억원의 현금을 들고 증권사를 순회하는 ‘사모님 투자자’가 급증했던 배경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3박자가 맞아야 성공
개인 공모주 투자자들의 수익률 추이는 펀드 수익률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공모주 펀드들의 최근 3년(2013~2015년) 평균 수익률은 연 9.5%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0.82%까지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상장 후 급락하는 사례가 속출한 탓이다. 송성엽 브레인자산운용 사장은 “대형주가 이끄는 장세에서 중소형주 중심인 공모주가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모주 ‘옥석 가리기’의 기본은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수요예측은 공모주 가격을 매기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이 사고 싶은 가격을 써내는 일종의 ‘경매’다. 상장 주관사가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정하면 기관투자가들은 각자 기업가치를 평가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가격을 써낸다. 수요예측에서 주목할 것은 △기관투자가 경쟁률 △공모주 청약 가격대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다. 기관 경쟁률과 청약 가격대,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높은 종목이 이른바 ‘블루칩’이다.
이 세 지표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상장 후 주가가 오를 확률이 떨어진다. 지난달 18일 상장한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319 대 1이었다. 공모주 청약 열기가 시들해졌음을 감안하면 나쁘다고 보기 힘든 성적이었다. 문제는 청약 가격대였다. 수요예측 참가 기관 중 40%가 1만9000원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다.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가 제시한 공모가 범위인 1만8000~2만5000원의 하단 부근이다. 이 회사는 상장 첫날 공모가인 1만9000원보다 10% 떨어진 1만7050원을 기록했다. 1일 종가는 이보다 낮은 1만6250원이다.
주식을 팔 가능성이 있는 기존 주주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최대주주,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청약한 주주 등은 6개월에서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게 돼 있지만 이 제한을 받지 않는 주주들도 있다. 김철민 미래에셋자산운용 금융공학본부 팀장은 “전체 상장 주식에서 유통 주식(보호예수물량 제외) 숫자가 적은 종목을 골라야 한다”며 “비상장 상태에서 헐값에 주식을 사들인 기존 주주들이 상장 직후 차익 실현에 나서면 주가가 힘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요예측 결과와 상장 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 등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올라오는 증권신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매 골든타임은 ‘한 달’
공모주는 상장 직후 2~3주 동안 ‘V자’ 곡선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청약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매도로 주가가 내려가면 공모주 펀드들이 저평가된 종목을 매집하는 패턴이다. 전도유망한 새내기주라면 상장 직후 주식을 파는 것보다 1~2주 정도 추이를 보는 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타이밍을 재는 것도 통상 한 달까지다. 송 사장은 “한 달이 지나면 의무보유 확약을 맺었던 기관 등에서 보호예수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공모주 청약을 통해 유의미한 수익을 내려면 최소 3억~5억원 정도의 ‘실탄’이 필요하다. 올해 일반 공모주 청약 평균 경쟁률은 548 대 1이었다. 청약 금액의 절반을 맡겨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1억원당 36만5000원어치 주식을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5%의 수익률을 가정할 때 1만8000원 안팎을 손에 쥐는 셈이다.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각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공모주 시장이 나쁠 때는 청약을 쉬는 것도 방법이다. 올해 상반기 상장한 20개 기업 중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돈 공모주는 3개에 불과했지만 시장이 얼어붙은 7~9월엔 상장한 기업 15곳 중 절반에 가까운 6곳이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돌았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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