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마 카길 지음 / 강경이 옮김 / 루아크 / 348쪽│1만5000원
[ 양병훈 기자 ] 동물은 생존 본능으로 과식한다. 항상 먹이를 구할 수 있지 않은 까닭에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 영양분을 비축한다. 오늘날 현대인이 겪고 있는 과식 문제는 이런 진화적 적응과 거리가 멀다. 현대인은 항상 먹을 걸 구할 수 있는데도 과식한다. 이런 현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체제를 공고히 쌓은 서구 문화권에서 주로 나타났다.
문화심리학자 키마 카길은 《과식의 심리학》에서 “현대인의 과식은 ‘식습관’이나 ‘절제력’ 같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설명할 수 없다”며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요인을 감안해야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소비 자본주의의 맥락에서 과식 현상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의 과식은 식품산업이 소비자로 하여금 과잉소비를 하도록 부추긴 결과다. 식품회사는 제품 라벨에 ‘자연’이나 ‘순(順)’ 같은 표현을 넣어 그 식품이 몸에 좋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는다. 목이 마른 사람에게는 당을 넣어 달게 만든 특정 음료를 마시면 갈증이 더 빨리 효과적으로 해소되는 것처럼 말한다. 음식 상표에 ‘무설탕’ ‘무지방’을 써넣어 아무리 먹어도 칼로리에 합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준다.
제약산업은 이런 식품산업 근처에서 어부지리를 챙긴다. 제약회사는 많은 약품이 과식과 비만을 치료해주는 것처럼 광고한다. 소비자들은 과식으로 생긴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큰돈을 들여 다이어트 상품을 소비한다. 하지만 이는 현명한 소비가 아니다. 대부분 다이어트 약은 플라세보 효과(약이 효과가 있다는 믿음 때문에 실제로는 효과가 없어도 증상이 호전되는 현상)만 있을 뿐이다. 저자는 “몸무게를 줄이려면 근본적으로 소비를 줄여야 한다”며 “소비의 문제를 새로운 형태의 소비로 푸는 것은 자멸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바닐라 라테 대신 무설탕 라테를 마시는 등 작은 것부터 습관화하는 게 좋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면 과잉소비를 하게 되니 필요한 걸 메모해서 동네 슈퍼 또는 온라인에서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개인과 정부가 영양과 건강 관리를 위해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소비를 줄이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시민이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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