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가격 인상에 눈치보는 하이트진로·롯데칠성…"우리는 언제?"

입력 2016-11-04 15:06   수정 2016-11-04 15:07

[ 김아름 기자 ]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가격 인상에 나서자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롯데주류)도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바닥에 떨어진 주가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지만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4일 오후 3시 현재 하이트진로는 전날보다 250원(1.17%) 내린 2만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OB맥주가 맥주 가격을 6% 인상한다고 밝힌 지난달 28일 반짝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이내 약세로 돌아섰다.

최근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연중 최저치인 2만~2만1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연초 3만원을 돌파하며 연일 신고가를 작성했던 기세는 찾아볼 수 없다.

주가 상승이 보장되는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 때가 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오비맥주가 선제 인상에 나선 만큼 소비자의 반발에 대한 부담도 적다.

반면 효과는 확실하다. 가격 인상은 매출과 영업이익, 주가가 모두 개선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 수준의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2017년 영업이익이 400억원 정도 개선될 것"이라며 "예상 전체 영업이익 대비 3%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27일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의 가격을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5.62%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후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연초까지 30% 넘게 급등했다. 소주 영업이익 역시 가격 인상 이후 18% 증가했다. 물량 저항과 광고선전비의 증가에도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롯데칠성 역시 주가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 1월 240만원을 웃돌았던 롯데칠성의 주가는 이제 150만원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맥주 시장의 경쟁 심화에 클라우드가 부진했고 내년으로 예정된 공장 증설도 주가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나마 음료 부문의 선전이 실적 유지를 도왔다.

증권업계는 롯데칠성이 맥주와 음료 모두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클라우드는 카스나 하이트 대비 15.8% 비싸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판매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슷한 비율로 가격을 높여 카스·하이트와의 가격 격차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완공될 2공장에서 카스나 하이트와 비슷한 가격의 저가 라인을 생산하고 클라우드는 고가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회사의 주력 품목인 탄산음료도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격 인상이 잦지 않아 이슈가 되는 주류와 달리 음료 가격 인상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롯데칠성 역시 지난해 1월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업계는 내년 1월께 또 한 번의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업계의 예상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가격 인상 시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경쟁사가 인상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 분석과 인상 시점을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가격 인상에 나설 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칠성 관계자도 "아직 가격 인상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갖지 않았다"며 "원재료 가격과 시장 상황 등을 판단해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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