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시장은 여러 가지 쟁점을 두고 혼란스럽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 분양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주택 공급과잉 논란도 여전하다. 주택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동안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10여년 전 주택시장 대세 상승기의 진원지로 지목돼 집중적으로 규제를 받아서다. 그 후에는 주택시장 침체로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했다. 2013년 하반기를 저점으로 시장이 회복되면서 사업 속도가 빨라졌다. 그 결과 개별 단지 간 경쟁으로 가격이 올랐다. 반포지역 사업이 가장 먼저 이뤄졌고 가락시영, 개포지구, 고덕지구, 둔촌주공, 잠실5단지, 압구정에 이르기까지 강남권 전 지역이 온통 들썩였다.
사업이 한 단계씩 진행될수록 가격도 같이 올랐다. 하지만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최근 3년 정도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추격 매수에는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막차’를 타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분양시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끌고, 강북의 재개발이 밀고 있다. 여기에 부산과 혁 킵돕?등 지방 강세 지역과 수도권 신도시 등 호재 지역이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물론 지방의 일부 공급과잉 지역은 미분양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경기도, 부산 등 인기 지역은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넘어서고 있다. 어떤 측면에선 청약 대기층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중 상당수는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자 차익을 기대하는 수요다. 정부의 규제 강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분양가격이 급락할 개연성은 크지 않지만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주택 공급과잉 논란은 지역별 상황에 맞게 정교하게 분석해 전략을 짜야 한다.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은 저금리와 유동성 집중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일정 부분 공급 부족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10년 전인 호황기(2006~2008년)에는 3년간 연평균 4만7000가구였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는 연평균 2만7000만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2006~2015년 10년간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연평균 3만4000가구에 그쳤다. 주택 공급과잉 논란이 일고 있는 지방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미다. 주택 투자에서 중장기적인 수급 문제는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가계부채 총량 증가는 한국 경제에 무거운 짐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1257조원을 넘어서 곧 13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지목된 주택대출과 중도금대출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연일 화두가 되고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 총량은 관리해야 하지만 그 내용을 세부적으로 나눠 보고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택시장에서 주택대출, 중도금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시장 안에서 투자 전략을 짜려고 하면 방향성이 틀릴 수 있다. 정부 정책, 대내외 경제여건 등 부동산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근본적 경제 흐름을 살펴보고 이에 따른 전략을 짜는 게 현명하다.
박합수 <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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