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아베의 다이아몬드

입력 2016-11-06 17:58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남중국해는 베이징의 호수로 변한 것 같다. 인도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해역을 지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가 2012년 12월 말 2차 집권 때 발표한 외교안보 설계도다. 그는 일본과 미국(하와이)-호주-인도 4개국을 연결하는 마름모꼴의 이 구상을 ‘안보 다이아몬드 전략’이라고 명명했다.

지난해 말에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미국-인도의 영문 글자를 딴 “JAI 협력을 진행시키고 싶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JAI는 힌두어로 ‘승리’를 의미한다. 1주일 뒤에는 호주 총리와 만나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 협력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외교 전략과 함께 군비 증강도 병행하고 있다. 2016회계연도(2017년 3월까지) 예산 중 방위비는 사상 최대치인 5조541억엔(약 5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남북 대치 상태인 우리 국방비(39조원)보다 월등히 많다. 우방국과의 군사·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무기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아베의 ‘다이아몬드 전략’은 시진핑의 ‘진주목걸이 전략’과 대비된다. 중국은 방磅捉?첼?스리랑카, 파키스탄, 미얀마 등을 목걸이처럼 엮어 인도를 압박하면서 해양 안보·무역망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남중국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주변국과 인도, 호주가 아베의 다이아몬드 쪽으로 기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아한 보석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강대국 간의 해양 대전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안보’와 ‘침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제오늘 일만도 아니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할 때부터 최종 목표는 동아시아와 인도, 호주를 포함한 대양주를 점령하는 것이었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 역시 명나라와 인도까지 정복하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에서 빚어졌다. 이보다 180여년 먼저 7차례나 이어진 중국 ‘정화의 대원정’도 현대판 진주목걸이 전략과 다름없다.

아베는 오는 10~12일 일본을 방문하는 인도 총리에게 인도 고속철도 전 노선에 일본 신칸센 방식을 적용하고 인재·기술을 지원하며 원자력 분야 협력까지 제안할 것이라고 한다. 해양 다이아몬드의 화려한 빛을 완성하기 위한 막바지 공정인 셈이다. 북한의 핵실험 징후를 한국보다 빨리 감지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먼저 열 정도로 신속한 아베의 정치·외교력을 생각하면, 집안싸움에 지붕 날아가는 줄도 모르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고 참담할 뿐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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