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지금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자들

입력 2016-11-07 17:41  

각국 국내 사정 탓 확대되는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쌓는 자 망한다'는 교훈 새겨야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11월 초 발표된 한국의 10월 무역통계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10월 수출입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수출은 41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수입은 348억달러로 전년 대비 5.4% 줄었다.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가 같이 경험하고 있는 고민거리다.

그동안 무역 규모는 세계 경제 성장률보다 2~3배나 높은 속도로 증가해왔다. 이런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깨지기 시작해 2012년 이후에는 세계 경제 성장세와 같은 수준으로 늘어났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 증가율은 1.7%인 데 비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2%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15년 만에 경제 성장률이 무역 증가율을 뛰어넘는다.

무역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한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요인은 최근 몇 년간 선진국들이 경험하고 있는 장기 침체에 기인한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한 ‘장기 침체’다. 그간 숨가쁘게 성장한 세계 경제가 구조적인 요인으로 성장의 변곡점을 지났다는 것이다. 저성장이 지속되고 과잉 투자와 고령화에 따라 선진국 기업이 투자를 축소하고 중국과 같은 거대 신흥국이 경제구조를 재조정해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전환하고, 서비스 비중을 확대한 것이 이런 구조적인 변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또 급속히 확대돼온 국제 분업 체제인 글로벌 공급사슬이 국가 간 기술격차가 좁혀져 개도국은 자체 생산을 확대하고 선진국은 자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회귀 현상으로 교역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요인은 정치적인 이유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다. 지난 6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한 브렉시트 결정과 미국 대선에서 제기된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의 자유무역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다. 이는 그간 확대된 세계화의 후유증으로 심화한 소득 불평등과 저숙련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져 ‘다른 나라가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정치 논리에 의해 악화되고 있다.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 모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반대하고 환율 조작국에 대해서는 저환율로 누린 이익을 상계하는 관세 부과를 지지한다. 기존 WTO 체제를 부정하고 자유무역에 대한 높은 장벽 쌓기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선다.

일부 경제학자는 자유무역의 이론적 근거가 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에서는 비교역재인 서비스산업이 고용과 경제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제조업 기반의 상품 무역 자유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저임금에 기반을 둔 비교우위가 사라지고 새로운 기술혁신으로 국내 생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무역 자유화의 중요성이 과거와 같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의 역榮?지나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중요한 교훈을 준다. 경기 불황에 대한 잘못된 처방으로 1930년 미국 의회가 도입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조치를 초래했고 이를 계기로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져 대공황을 맞았다.

하지만 무역 자유화로 대표되는 세계화의 과실이 국가 내에서는 물론 국가 간에서도 불균등하게 돌아간다는 것이 문제다. 무역과 기술혁신에 따른 일자리 상실을 보완할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어느 국가든 장기 성장 과실을 나 홀로 누릴 수는 없다. 내일이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알게 될 것이다. 몽골 톤유쿠크 장군의 비문에 적혀 있다는 문구대로 “장벽을 쌓는 자는 반드시 망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는 살아남을 것”이라는 교훈을 새겨야 할 것이다.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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