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단독 인터뷰] 모리츠 회장 "한국기업, 자신감 결여가 성장성 더 떨어뜨렸다"

입력 2016-11-08 18:10   수정 2016-11-09 05:09

한경 단독 인터뷰

한국에 몰리던 세계 경제자원, 다른 신흥국으로 옮겨가는 중
신흥국에 없는 '장점' 집중해야

한국기업, 저성장 극복 하려면 '연결' 초점 맞춘 M&A 필요
물류·자동화·IT 연결하면 새로운 형태 비즈니스 가능

PwC, 전통 회계서비스에 AI 기술 접목해 IP분야 개척



[ 김태호 / 이유정 기자 ] 로버트 모리츠 PwC 글로벌 회장은 ‘자신감(confidence)’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삼일회계법인 본사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다. 그는 “한국 기업의 자신감 결여가 성장성을 더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경쟁력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중간중간에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기업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사안에만 집중하고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모리츠 회장은 1985년 PwC에 입사한 뒤 30여년간 은행과 보험회사 감사부문을 이끌어 온 금융산업 전문가다. 지난 7월 글로벌 회장에 취임한 뒤 자신의 비전과 성장 전략 樗?한국 제휴사인 삼일회계법인 임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방한했다.

▷세계 경제의 힘이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몇 년 전만 해도 높은 성장 잠재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경제의 자원이 성장 가능성이 더 높은 다른 신흥국으로 옮겨 가고 있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 역시 미흡하다. 한국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더 갖고 있는 장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설명해달라.

“정부는 한국의 기업 환경이 다른 신흥국보다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이며 이윤을 만드는 데 적합하도록 정비해야 한다. 법률 치안 복지 등 사회제도 및 인프라의 개선과 정비도 중요하다.”

▷한국 기업들은 자신감은커녕 미래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데.

“급격하게 풀린 글로벌 유동성이 기업 쪽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큰 파장은 없을 것으로 본다. 이미 기업들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이런 부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물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처럼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유동성 축소 등은 예측하지 못한 부분은 아니다. 기업들도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기업들은 어떤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할까.

“‘연결(connectivity)’에 초점을 맞춘 인수합병(M&A) 전략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기술혁신은 단일 산업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물류와 자동화기술, 정보기술(IT) 등이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나올 수 있다. 지리적으로 거리가 먼 동남아와 유럽을 묶는 새로운 사업이 있을지 찾아봐야 한다. 이렇게 나온 새로운 비즈니스에는 구매력을 갖춘 고객이 따라붙는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이런 혁신은 먹힌다.”

▷M&A 기회가 있는 지역이나 산업을 꼽는다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 기업들의 자산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 대규모 소비시장을 갖춘 미국 등지에는 소비재산업 M&A 물건(기업)들이 적지 않다. 공기업 민영화가 이뤄지고 있는 동남아에도 좋은 잠재 매물이 많다. 중국 역시 좋은 투자 기회를 가진 지역이다. 국가 통계나 기업 자료 등이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시장이다.”

▷M&A 성공의 최대 변수는.

“좋은 파트너를 잡고 현지 문화와 법을 잘 이해한다면 투자 기회가 생긴다. 혁신을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좋은 분야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재, 자산운용사, 테크놀로지 기업 정도를 들 수 있다.”

▷요즘 한국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회계 등으로 인해 회계 투명성 문제로 시끄럽다. 제도적 측면 외에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까.

“한국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는 등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를 보여 왔다. 다만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기업정보 제공은 미흡한 편이다. 분기보고서가 나오기 전이라도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기업정보를 공개한다. 의무 공시사항이 아니더라도 주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자발적으로 공시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기업들이 정보공개에 협력하면 회계 투명성도 높아진다.”

▷PwC를 어떻게 이끌어갈 생각인가.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 외형이 줄더라도 고객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가 돼야 한다. 우리 역시 ‘연결’이라는 관점에서 변화해야 한다. 전통 회계감사 서비스에 인공지능(AI)이나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접목하고 지식재산권(IP) 분야를 개척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 로버트 모리츠 회장 프로필

● 1963년 미국 뉴욕 출생
● 1985년 뉴욕주립대 경영학과 졸업
● 1985년 PwC 입사
● 1991~1993년 일본 PwC 파견근무
● 1995년 파트너 승진
● 2001~2004년 PwC 금융기업감사 및 재무자문부문 리더
● 2009~2016년 PwC 미국 회장
● 2016년 7월~ PwC 글로벌 회장


글=김태호/이유정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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