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일 기자 ] 은행에서도 싱글족이 중요한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적인 은행도 싱글족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노인 1인 가구를 위한 각종 연금, 신탁상품도 다양하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국내 1인 가구의 소비 트렌드 변화와 대응’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소비 트렌드는 빠르게 바뀔 전망”이라며 “금융회사들도 1인 가구의 소비 특성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글족 위한 예금·적금
예·적금 상품에서는 ‘나에게 주는 선물’을 콘셉트로 한 KEB하나은행 ‘셀프 기프팅 적금’처럼 여행 힐링 등 자신의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 상품이 대표적이다. 적금 가입 고객이 은행 홈페이지를 방문해 스스로 선택한 선물 이미지 퍼즐을 맞추는 방식으로 자신에게 줄 선물을 되새기면 우대금리를 준다.
같은 은행의 ‘씨크릿 적금’은 자기관리(체중관리, 금연, 성적향상 등) 목표를 달성하거나 힐링(뷰티숍, 쇼핑, 문화센터 등) 증빙 영수증을 제시하면 연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또 우리은행의 ‘올포미 적금·카드’ 패키지는 개인별 소비 성향을 분석해 주로 사용하는 업종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준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임대와 관련한 대출상품도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부동산 중개 앱(응용프로그램) ‘방콜’과 연계한 ‘위비 방콜론’을 지난달 내놨다. 임대보증금 등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위비뱅크에서 24시간 휴일에도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
낮에 은행을 찾기 어렵고 대신 일을 처리해줄 가족이 없는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싱글족이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 CU의 일부 매장에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통장·카드발급 등 지점 창구에서 하는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다. SC제일은행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뱅크데스크’라는 미니 점포를 배치해 휴일이나 저녁 늦은 시간까지 운영한다.
◆노년층 1인 가구 위한 신탁상품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노인 1인 가구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노후자금 확보와 상속 등의 목적을 위한 신탁상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신탁이란 금융회사에 금전이나 부동산 등을 맡기면 신탁자 뜻에 따라 은행 등이 대신 재산을 운용·관리·처분해 지정한 사람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본인이 치매에 걸릴 것을 대비한 상품도 있다. 국민은행의 ‘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은 치매에 걸리거나 중병에 걸려 입원하는 등의 사유로 자녀 등이 후견인으로 지정됐을 때 재산을 탕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후견인은 치료 및 요양 자금을 정기적으로 지급받아 고객(위탁자)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은행 소속 변호사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KB골든라이프 치매안심 상담서비스’도 있다.
애완견을 돌보기 위한 상품인 국민은행의 ‘KB 펫 신탁’도 눈길을 끈다. 고객이 은행에 자금을 맡기고 본인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를 지정하면 은행은 고객 사망 후 반려동물의 보호·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반려동물 부양자에게 지급하는 신탁이다. 사후에 자녀들이 재산싸움을 벌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유언대용 신탁상품도 있다. 신한은행은 유언대용 신탁인 ‘내리사랑신탁’을, 우리은행은 ‘명문가문증여신탁’을 내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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