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CNN은 시종일관 왜곡·편파 보도를 일삼은 최악의 언론으로 꼽히기에 충분했다. 선거 전날인 7일 내보낸 당선확률 예측 보도가 백미였다. CNN은 클린턴의 당선 확률이 91%까지 급등했다며 이메일 재수사 방침이 알려진 지난달 31일 78%까지 떨어졌다가 FBI가 이 사건을 무혐의 종결하면서 다시 치솟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내놨다. CNN이 의도적으로 클린턴 대통령 만들기에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거나 아니면 초등학생 수준의 분석력을 갖고 있었다는 것밖에 안된다.
CNN의 클린턴 편들기는 노골적이었다. 트럼프 유세 때는 환호하는 청중은 카메라에 담지 않고 트럼프 얼굴만 내보내는 왜곡 편집을 서슴지 않았다. 창업자인 테드 터너는 공개적으로 클린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CNN은 클린턴 뉴스 네트워크(Clinton News Network)라고 불러야 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선 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TV토론 여론조사는 특히 문제였다. CNN은 1차 토론회에서 62% 대 27%로 시작해 2차에선 57% 대 34%, 3차는 52% 대 39%로 클린턴이 3연승을 거둔 것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1차 토론 전화 여론조사부터가 문제였다. CNN은 토론 며칠 전 무작위로 시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물은 뒤 토론 후에도 다시 전화하겠다는 승낙을 받았다. 최종 응답자는 521명이었다.
트럼프 진영은 표본이 너무 적고, 두 번이나 응답한 사람은 클린턴 지지자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며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토론에 대해 타임(41% 대 59%), CNBC(39% 대 61%), 포천(45% 대 55%) 등의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가 트럼프가 승리한 것으로 평가한 것과는 전혀 다른 CNN만의 ‘여론’이었다.
CNN는 어제 개표 방송에서조차 공정하지 못했다. 격전지 플로리다주에서 트럼프가 한창 앞서고 있을 때도 민주당 우세지역인 팜비치의 개표가 끝날 때까지는 누구의 승리도 알 수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전 11시께 폭스뉴스와 BBC가 트럼프가 129명 대 97명으로 역전했다고 속보를 내보낼 때도 CNN은 클린턴이 97명 대 84명으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후 1시 20분께는 개표도 끝나지 않은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클린턴이 압승해 197명 대 187명으로 역전했다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1991년 걸프전 ‘생중계’로 떴던 CNN이 미국 대선 편파 보도로 추락했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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