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태 정치부 기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수 년전 독일 대통령의 사임사태가 화제를 모았다.
조배숙 의원(사진)은 10일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 사퇴해야 한다”고 운을 뗀후, 2012년 크리스티안 볼프대통령을 사임으로 내몰았던 비리혐의를 조목 조목 짚어나갔다.율사출신 4선(16대,17대,18대,20대)의 조 의원은 국민의당내 대표적 여성 강경파로 꼽힌다.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란는게 부끄럽다"며 국민적 공분을 산 볼프 전 대통령의 비리혐의는 4가지다.조 의원은 “우리 기준으로 볼프의 비리는 놀라움 그 자체"라며 ‘최신실 게이트’로 인한 박 대통령의 비리혐의를 하나씩 비교했다.
독일 국민이 볼프 전 대통령에 등을 돌린 것은 호텔방 업그례이드 특혜를 받은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볼프는 독일의 한 지방축제에 참가하면서 한화 60만원 상당의 친구 지원을 받고 90만원짜리 호텔방에 투숙한 혐의를 받았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한국인 정서로는 대통령의 호텔방 업그레이드 수준의 특혜조차 용인하지 않는 독일의 시민의식이 놀라울 뿐이다. 조 의원은 “박 대통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에 재벌들로부터 천문학적인 강제모금을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비리 혐의가 포착되자 마자 독일 언론은 볼프에 대한 ‘신상털기’에 나섰다.
두번째 드러난 비리혐의는 그가 승용차 딜러로부터 한화 5만원 상당의 장난감 자동차를 아들 선물로 제공받은 것이었다. 조 의원은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의 딸을 위해 공직자를 잘라내고 재벌기업을 동원해 수십억원대 말을 사줬을 뿐만 아니라 마사회등을 통해 1000억원대의 정유라 특별예산을 조성했다는 온갖 의혹을 떠올려 보라"고 말했다.
볼프의 아내가 자동차를 리스하면서 통상의 할부금리 1.5%보다 0.3%낮은 1.2%를 적용받은 것도 문제가 됐다. 조 의원은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란 미명아래 비선실세 최순실과 그 일당들에게 막대한 이권을 챙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금리보다 낮게 친구에게 돈을 빌린 네번째 비리가 밝혀지면서 볼프는 결국 사퇴압력에 굴복했다. 그가 집을 사면서 기존 금리보다 1% 낮게 친구에게 돈을 빌린 혐의다. 빌린 6억원은 2년후 곧바로 되갚았다.
조 의원은 “박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국가권력을 비선실세 최순실과 사적으로 소통하면서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우롱한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어 “볼프는 85%가 넘는 독일 국민들의 사임요구를 따르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켰다"며 “95% 국민들이 지지를 거둔 박 대통령도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부끄럽게 하지 마시고 즉각 퇴진하시길 바란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독일 대통령은 외국과의 조약에 서명하거나 외국대사및 공직자로부터 신입장을 접수하는 등 권한이 극히 제한된 그야말로 ’의전대통령'에 불과하다.연방집회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5년임기에 한번 중임이 가능하다.반면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로 그 권한이 막강하다. 비리에 노출될 위험도 크고,측근 등 비리규모도 독일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 의원이 이날 볼프사례를 인용한 것은 박 대통령의 퇴진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기자는 꿰맞춘 조의원의 ‘퇴진 명분’보다는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그 어떤 비리도 용납않겠다‘는 독일의 시민의식에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볼프가 “친구에게 돈을 빌릴 수도 없는 나라에서 대통령을 하고 싶지 않다"고 억울함을 토로하자, 독일인들은 “비리를 폭로해야만 하는 대통령과는 살수 없다"고 되받아쳤다고 한다. (끝) /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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