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재협상·높은 관세 현실화 땐 수출 직격탄
감세·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한국 경제에 호재
트럼프노믹스 윤곽 드러나야 금리방향 정할 듯
[ 김유미 / 심성미 기자 ] 한국은행이 ‘트럼프 리스크’로 고심하던 끝에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선거 당선 등으로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불확실성이 많이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올해 미 금리 인상 가능성, ‘최순실 사태’ 여파 등 국내외 변수들도 경제 진로를 살얼음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시장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통화당국의 셈법은 더욱 어려워졌다.
◆“불확실성 더 커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연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이후 5개월째 동결이다. 금통위원들이 작성한 ‘통화정책방향’엔 우려가 담긴 표현이 여럿 등장했다. 국내 경제에 대해선 “여건 변화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더욱’을 추가했 ? 향후 점검 사항의 1순위로는 가계부채 증가세 대신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미 대선 결과가 시장 예상과 달리 나타난 만큼 한국 경제 여건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다. 환율이 요동치고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도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높은 관세 부과 등 트럼프 공약이 실행된다면 세계 교역은 물론 국내 수출에도 부정적”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며 “오히려 국내 경제에 긍정적 요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감세와 규제 완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미국이 경기를 부양하면 한국 경제에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다.
트럼프 집권 기간 내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것이란 우려엔 “미국 정부는 한국이 균형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평가해왔다”며 “국내 환율정책 입장을 (미국이) 이해하게끔 소통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미 금리 인상은 예상대로”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인 미 금리 인상은 예상대로 다음달 이뤄질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미 금리가 올라 내외금리 격차가 줄면 국내에서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일부에서 경기부양 차원의 금리 인하를 요구해도 한은이 망설여온 이유다. 트럼프 당선 직후 재정 완화 기대감이 옥嗤庸?글로벌 금리는 이미 상승세를 탔다.
이 총재는 “금리차만으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며 미 금리 인상 시 한국이 바로 따라 올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단기대응을 위한 통화정책이 필요하지만 구조조정도 같이 가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경계를 풀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의 가계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와 대책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한 달 새 7조5000억원 늘어나 올 들어 두 번째(월간 기준)로 큰 증가폭을 보였다.
◆“금리 인하 일러도 내년 초”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금방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금통위의 전망이다. 혼돈에 빠진 통화정책이 일러야 내년 초께 방향을 잡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내년 1분기까지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와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 트럼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등 금융 안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가 이뤄져도 내년 1분기에야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발 불확실성은 짧은 기간 내 사라질 수 없기 때문에 한은은 일러야 내년 1~2월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라며 “경제 성장률을 떠받쳐온 퓬낡黎璲?주춤하고 수출 성적 역시 지지부진해지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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