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나의 당선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공약들 간의 부정합성은 적지 않은 위협요인이다. 일관성이 없어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이야말로 최악의 정책이다. 이 같은 혼선들은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상황이다. 정치판의 비주류인 트럼프가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파격적인 공약을 선택한 측면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아웃사이더로 참여해 공화당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했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이니 불협화음은 당연한 일이다. 또 대선 과정에서 어느 정도 포퓰리즘적 성향을 보였던 것도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선거과정에서 급조된 공약이라면 그대로 밀고 나가기보다는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공약 수정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트럼프의 정책이 전통의 공화당 노선으로 점차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산 제품에 4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은 와전된 것’이라는 캠프 관계자의 발언이 그런 고민을 잘 보여준다. NAFTA에 대해 폐기 대신 협상에 무게를 둔 발언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호무역을 불사하겠다는 주장은 자유무역의 부정이라기보다는 자국이익의 극대화로 재해석돼야 한다는 말도 있다. 트럼프 공약의 수정은 크든 작든 취임시점까지 지그재그를 반복할 것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공화당 지도자들도 당선자와 유권자들의 관심을 외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변화 속에서 한국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해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트럼프의 생각과 행동을 오판하지 않고 잘 꿰뚫어봐야 한다. 트럼프는 당선자 연설에서부터 마치 딴사람이 된 듯 진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주류 온건파인 라인스 프리버스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낙점하는 용의주도한 면모도 드러냈다. 트럼프의 시선이 공화당의 오랜 가치인 ‘감세’와 ‘작은 정부’로 향하는 것은 반가운 변화다.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