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대책 여파…서울 재개발 분양 70%가 해 넘긴다

입력 2016-11-14 18:44  

분양보증 가능 시점
사업시행인가→철거 후로 변경

22개 지역 중 7곳만 철거 끝내
연내 일반분양 3608가구 그쳐



[ 조수영 기자 ]
정부가 ‘1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정비사업 단지에 대한 분양보증 요건을 강화하면서 이달부터 연말까지 서울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 예정됐던 분양물량 중 34%가량만 공급될 전망이다.

정비사업 단지의 분양보증 가능 시점이 종전 ‘사업시행인가 뒤’에서 ‘지장물 철거 뒤’로 바뀌면서 연내 분양하려던 물량 일정이 내년으로 대거 미뤄졌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청약예정자와 투자자의 주택구입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2곳 중 7곳만 철거 완료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까지만 해도 올해 안에 분양계획을 세웠던 서울 내 정비사업 단지는 22곳이었다. 분양물량은 2만4373가구, 일반분양 물량만도 1만503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의 ‘11·3 대책’ 발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당초 정비사업 단지에 대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을 수 있던 규정을 철거를 완료한 뒤 보증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발표 당일부터 곧바로 적용됐다. 철거를 앞두고 있거나 철거가 진행 중인 단지들은 HUG의 분양보증을 신청조차 할 수 없다.

연내 분양을 계획했던 22개 단지 가운데 철거가 완료된 곳은 서대문구 연희동의 ‘연희파크푸르지오’, 서초구 방배동의 ‘방배아트자이’, 송파구 풍납동 ‘잠실올림픽아이파크’, 양천구 신월동 ‘아이파크위브’, 종로구 무악동 ‘롯데캐슬무악2구역’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등 7곳뿐이다. GS건설이 마포구 대흥동에서 선보일 예정인 ‘신촌그랑자이’는 철거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분양보증을 미리 받은 상태여서 올해 분양이 가능하고,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아트리치’는 철거가 마무리 단계라 연내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은 3608가구, 당초 예상됐던 공급물량의 34%에 그친다.

강북구 미아동의 ‘꿈의숲 효성해링턴플레이스’와 마포구 공덕동 ‘공덕SK리더스뷰’는 대책이 발표되던 3일 HUG에 분양보증을 신청하려다 바뀐 정책 때문에 퇴짜를 맞기도 했다. 철거 진행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철거에 통상 적게는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소요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단지가 내년으로 분양일정을 넘기는 분위기다.

◆금융비용 증가·알박기 성행 우려

정부가 정비사업장의 분양보증 기준을 강화하면서 업계와 조합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장 분양이 늦어지면서 금융·철거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미 절차가 거의 마무리되고 분양보증만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규정이 바뀌면서 일반분양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며 “결국 조합원과 일반 수요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지역은 시세보다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며 사업을 지연시키는 ‘알박기’가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분양보증이 늦어지면 조합 측의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사업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급물량이 갑작스레 축소되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도 청약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희소가치가 높아진 만큼 실수요자는 이 지역 주택 구매를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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