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덕후의 시대⑤] 유명해진 덕후의 선택, '파워블로거'와 '블로거지'

입력 2016-11-15 11:25   수정 2016-11-15 14:04

IT덕후에서 파워블로거로...중립적 게시물로 독자 늘려
삼성·LG, 매년 전속 IT블러거 모집...홍보 파트너로 후원
수익에 목 맨 블로거, '블로거지'로 변질...기업에 '골치'




[성공한 덕후의 시대]
① '트렌드 세터'가 된 덕후들
② 운동화 사이즈를 네이버에 묻는 이유
③ 화장, 뷰티 유튜버에게 배웠어요
④ 패키지보단 자유여행…여행시장 주무르는 덕후들
⑤ 유명해진 덕후의 선택, '파워블로거'와 '블로거지'

[ 이진욱 기자 ] "유광 블랙이 출시될 수 있다는 루머는 불분명하지만 그동안 삼성이 추구한 색상 다변화 전략과 아이폰7 제트 블랙의 등장, 그리고 갤럭시노트7 사태로 사면초가와 다름없는 현 상황을 볼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습니다"

IT 업계 관계자의 말이 아니다. '비에르쥬'라는 IT블로거가 갤럭시S7의 추가 색상 출시 여부에 대해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비에르쥬'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전업 블로거의 길로 들어섰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행복하게 살자는 게 전업의 이유였다. 그는 블로거로 성공하기 위한 요건은 필력도, 사진 퀄리티도 아닌 본인의 인사이트를 담은 신뢰성 있는 정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스마트폰, TV, 스피커 등 거의 모든 전자 제품을 다룬다. 미출시 제품의 스펙 추측과 함께 기업 전략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의 블로그는 소비자 시각에 최적화되면서 전문성까지 갖춘 게시물로 구독자들을 늘려갔다.

현재 그의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 수만 5400만에 육박한다. 비에르쥬에는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IT/정보과학 우수상', 네이버 포스트 공모전 '기대 그 이상' 등을 수상할 정도로 IT 업계에서 인지도 높은 파워블로거다.

연예인 파워블로거도 있다. 걸그룹 레인보우의 김지숙씨는 'IT덕후'로 유명하다. 스스로 콘솔 게임기의 하드 교체를 뚝딱 해내고, 전자상가 이곳 저곳을 활보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은 열광했다. 그는 2014년 10월 개인 블로그에 LG전자 노트북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장착 과정을 소개하면서 IT 커뮤니티상에서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2년 전부터 LG전자 블로그의 필진으로 활동중이다. 최근엔 삼성 페이스북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퀴즈 행사 진행도 맡았다. 현재 김씨의 개인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 수가 880만명에 이를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신뢰도 높은 파워블로거 모시기 나선 기업

신뢰도와 영향력 높은 블로거들이 등장하자, 전자기업들은 IT덕후들을 파트너로 삼아 신제품 홍보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광고 플랫폼 전문업체 DMC미디어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 중 51.5%는 자신의 소비 경험을 다시 온라인 쇼핑몰, 블로그 등을 통해 공유한다고 답했다. 구매자 중 절반 이상이 IT 블로거들의 게시물을 통해 제품을 평가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블로거들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마다 전속 블로거들을 모집한다. 삼성전자의 '스토리텔러', LG전자의 '더 블로거'가 그것. 이들을 통해 자사 제품을 보다 널리 알리는 게 목표다. 블로거들은 기업의 파트너로서 기획 회의에도 참석하고 국내외 행사에도 초대받는다. 원고료도 지급되지만, 블로거들은 무엇보다 각사의 공식 엠블럼이 해당 블로그에 걸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일종의 '검증' 내지 '인증'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들이 블로거를 선호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 때문이다. 블로거들은 공인이 아닌 민간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김영란법의 대상에서 비켜갔다. 기업들이 마음대로 신제품을 지원해도 된다는 의미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자들에게 리뷰 제품을 제공하지 못해 줄어든 홍보 기회를 블로거들이 터준 셈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시각으로 다가가 중립적이고 솔직한 리뷰를 올리는 블로거들은 광고모델보다 더 큰 홍보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며 "인기있는 블로거들은 제품의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객관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블로거지' 출현…앙심품고 악의적 리뷰 게재

IT덕후들이 변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파워블로거지(파워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 '블로거지'로 불리는 이들은 기업들에게 골칫거리다.호의적인 제품 리뷰를 써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해외 행사에 초대받지 못한 일부 블로거들은 앙심을 품고 악의적인 리뷰를 쓰기도 한다.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러 좋지 않은 평을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파워블로거의 심기를 건드릴 순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좋지 않은 평을 읽다보면 일부로 썼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며 "하지만 그들에게 시정 요구를 할 수도 없다.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푸념했다.

이런 부작용엔 네이버의 파워블로그 제도가 일조했단 지적도 있다. 파워블로그에 선정된다는 것은 더 많은 수익 창출의 기회가 열린다는 의미라서 일부 덕후들은 이 점을 악용했다. 결국 네이버는 지난 4월 파워블로그 제도를 폐지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제도 폐지가 파워블로그를 더 이상 선정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 기존 파워블로그 엠블럼과 블로그 홈의 파워블로그 페이지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파워블로그라는 완장이 유명무실해지기보단 추가 인원이 발생하지 않아 오히려 인지도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한 IT 파워블로거는 "모든 블로거들이 돈을 받으면 좋은 글을 쓰고, 안 받는다고 나쁜글을 쓰는 건 아니다"며 "대부분의 파워블로거들은 중립적인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블로거와 나쁜 블로거는 종이 한장 차이지만 독자들을 속일 순 없기 때문"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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