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령탑 공백 장기화 되나" 우려 목소리 커
[ 이상열 / 황정수 기자 ] 지난 2일 지명된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금융위원장)의 청문회 준비 작업이 2주 만에 중단됐다. 정국 혼란으로 경제부총리 인선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은 다시 유일호 부총리 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물러날 예정이었던 만큼 힘을 받긴 어렵다.
17일 기재부에 따르면 임 부총리 후보자 청문회 준비팀은 이번주 사실상 해체됐다. 부서별 업무 보고도 중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문회가 지연되면서 11일부터 기재부 실·국장들이 현안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보름 전 임 후보자 지명 직후 청문회 준비팀을 꾸렸다. 임 후보자도 주중에는 금융위 업무를 챙기고 주말엔 기재부 간부들의 보고를 받았다. 7일에는 지금의 경제상황을 ‘여리박빙(살얼음을 걷는 위기)’이라고 규정하면서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런 공언은 2주 만에 물거품이 됐다.
빈자리는 다시 유 부총리가 채우고 있다. 보고 및 의사결정 라인도 유 부총리를 중심으로 단일화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두 명의 ‘어정쩡한 동거’만 사라졌을 뿐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경제부총리도 ‘한꾸러미’로 엮여 들어갔다. 이후 야당은 총리 추천을 전면 거부했다.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퇴진을 요구하는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경제부총리 인선은 ‘장기 표류’하는 양상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임종룡 부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작업과 기획재정부 업무 보고가 모두 중단된 이유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권의 극한 대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두 명의 부총리 체제를 유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당분간은 현재의 유일호 부총리를 중심으로 보고 라인을 단일화하고 정책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 부총리는 “물러날 때까지 흔들림 없이 일하겠다”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업무 추진에 힘이 실리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다음달까지 수립해야 하는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상열/황정수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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