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투자 올스톱] SK·LG "사장단 인사 내달로 연기"…롯데·CJ "조직개편 등 해 넘길 듯"

입력 2016-11-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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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리스크 장기화에 움츠린 기업들

삼성, 인사폭 최소화·연기 여부 고민
신사업도 지연…로펌들 "컨설팅 일감 끊겨"
금융공기업은 성과연봉제 도입 작업 중단



[ 노경목 / 장창민 / 정인설 기자 ] 한 달 전만 해도 주요 대기업 그룹은 사장단 등의 인사 시점을 앞다퉈 앞당기는 분위기였다. 보통 11월 초 사장단 인사를 했던 현대중공업그룹은 보름 정도 앞선 지난달 17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한화그룹도 예년보다 한 달 앞당긴 지난달 10일 사장단 인사를 했다. 저성장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최순실 사태’가 가시화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대관 담당 임원에서 시작된 검찰 조사는 지난 주말 그룹 총수들의 소환까지 이어졌다. 여야가 합의한 ‘최순실 특검’ 진행 과정에서 기업 총수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검찰과 특검의 조사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조기 인사나 대폭 인사를 하긴 부담스러울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인사 폭도 최소화

주요 기업은 인사 시기를 미루고, 인사 폭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올해는 중·대폭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몇 주 전만 해도 대세였다. 이 부회장과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출 새 사장단 진용이 올해와 내년 말 인사에 걸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그룹 중추인 미래전략실과 제일기획이 압수수색까지 당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조사 대상 임원들의 거취가 불확실해지면서 통상 12월 초 단행되는 사장단 인사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안해야 할 변수가 늘면서 인사 폭도 당장은 최소화하고 사태 추이에 따라 내년 3월 이전에 추가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신동빈 회장이 대(對)국민 사과에서 공언한 그룹 정책본부 조직 개편을 내년 상반기로 늦출 가능성이 높다. 조직 개편과 인사를 동시에 하는 것보다 일단 인사를 한 뒤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의 혁신은 여유를 두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결정 미루는 기업들

기업들은 인사뿐 아니라 크고 작은 경영 의사 결정도 미루는 분위기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사안일수록 더욱 그렇다. 시중은행들과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들은 성과연봉제 도입 작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벌였던 노조와의 접촉은 물론 법률 검토 등 모든 작업이 올스톱된 상태”라며 “금융권 전체가 손 놓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성과연봉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에 내정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원래는 영전하는 임 위원장에게 더 힘이 실려야 한다. 하지만 과도 내각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임 위원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반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 기업도 각종 신사업 추진을 연기하는 징후가 감지된다.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의뢰하는 법률컨설팅 수주가 지난달부터 뚝 끊겼다”며 “새로운 결정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언제 걷힐지도 몰라”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기업들은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나 2선 퇴진, 탄핵 등을 둘러싼 정국 혼란이 언제 갈피를 잡을지 예측불허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최순실 사태로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에 기업인들이 불려나가기 시작하면 사업계획을 다듬고 글로벌 전략을 짜야 할 시기인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경영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치 리스크 장기화로 기업 경영 불확실성만 점점 커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경목/장창민/정인설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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