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드러난 의혹' 집중 조사
[ 이상엽 기자 ]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60)에게 17일은 ‘운수 사나운 날’이었다. 오전 10시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관련한 항소심 재판(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뒤 오후 2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재판에서는 1심과 같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그는 지난해 10월28일 밤 술을 마신 상태로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택시 뒷범퍼를 들이받고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됐다.
조 전 수석은 이런 자신의 처지를 의식한 듯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나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나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수석을 지냈다는 사람이 이런 자리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다. 조 전 수석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부당한 퇴진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소환에 앞서 지난 14일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가 이 부회장의 경영 퇴진과 손경식 당시 CJ그룹 회장의 경제단체장직(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퇴를 압박하는 통화 녹음파일이 언론에 공개돼 청와대가 기업 경영에까지 간섭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녹취록(2013년 10월)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손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VIP(대통령)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너무 늦으면 난리 난다.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당시는 이재현 CJ 회장이 16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누나인 이 부회장과 외삼촌인 손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상황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후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고 2014년 하반기 미국으로 건너가 머물고 있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CJ가 자사의 케이블방송 채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관람 후 눈물을 흘린 영화 ‘광해’를 배급하면서 현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CJ 경영권에 간섭하고 경영진 퇴진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및 강요 등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 밝혀지면 직권남용 공범 관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조 전 수석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하고 최순실 씨 모녀 단골 성형외과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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