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이후 증권사 채권투자 손실 2000억 '눈덩이'

입력 2016-11-1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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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금리 급등세…3년 만기 국고채 1.713% 연중 최고

채권 시가총액 32조 증발…"대형 증권사 수백억 손실 추정"



[ 이태호 / 하헌형 기자 ] 채권 금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투자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 기간에만 2000억원이 넘는 손실(평가손 포함)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4%포인트 상승한 연 1.713%에 마감했다. 전날 기록한 연중 최고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10년 만기 국고채와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각각 0.002%포인트, 0.030%포인트 오른 연 2.086%, 1.857%에 거래를 마쳤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오전부터 기관투자가들의 손절 물량이 쏟아져나오면서 채권 가격이 속절없이 내렸다”고 말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 하락폭은 트럼프 당선 이후에만 2%에 가깝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채권 가격을 추종하는 한경-KIS-로이터 종합채권지수(2001년 1월=100)는 전날 235.7로 지난 10일 이후로만 1.81% 하락했다. 채권 시가총액은 32조원이 증발했다. 국내 채권발행 총액(액면금액)은 현재 1771조원에 달한다.

보유 채권 대부분의 가격 변동을 손익으로 인식해야 하는 증권업계 손실은 같은 기간 2000억원을 뛰어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마다 파생상품을 활용해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가격 변동폭(듀레이션)’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지만 완전한 손실 회피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증권사별 전략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듀레이션을 0.5(금리 1%포인트 변동 시 보유 채권가격 0.5% 변동) 정도로 관리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 연구원은 “듀레이션을 0.5로 운용하는 증권사가 10조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최근 금리 급등(약 0.3%포인트)으로 150억원(0.15%) 안팎의 손실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주가연계증권(ELS)과 환매조건부증권(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운용하기 위해 약 150조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보유잔액은 각각 14조원을 웃돈다.

증권사 채권운용 실무자들은 연일 오르는 금리에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연말 결산을 앞두고 듀레이션을 길게 가져간 채권 운용 담당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수백억원 손실을 본 증권사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들과 달리 보험회사들은 채권 금리 상승을 반기고 있다. 얄팍한 채권이자 탓에 보험금을 내줄수록 손실이 쌓이는 역마진 구조를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게 돼서다. 보험사처럼 만기까지 보유할 목적으로 채권을 매수하는 회사는 시중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을 손익계산서에 인식하지 않아도 된다. 한 화재보험사 자산운용본부장은 “금리 변동성이 워낙 커져 채권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면서도 “금리 수준이 올라간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채권 금리가 다음달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충격 전례에 비춰볼 때 금리 급등세가 진정되기까진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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