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마케팅 비용도 늘어
[ 노정동 기자 ] 식품업계에는 ‘증설의 저주’란 말이 있다.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설을 늘리면 그때부터 판매가 예상만큼 늘지 않아 가동률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올해는 해태제과가 이 저주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태는 품귀현상까지 빚던 ‘허니버터칩’(사진) 생산라인을 두 배 증설하고 연간 2000억원 판매를 자신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허니버터칩은 없어서 못 팔았다.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태제과는 쉽게 증설을 결정하지 못했다. 생산량을 늘린 뒤에 허니버터칩 열풍이 끝나는 것을 걱정했다.
고심 끝에 지난해 7월 일본 가루비사와 함께 180억원을 투자해 강원 원주시 문막에 허니버터칩 증산을 위한 제2공장을 착공했다. 허니버터칩은 해태제과가 가루비사와 합작으로 만든 과자다. 당시 해태제과는 공사를 마치면 연 2000억원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 1000억원어치를 팔았고, 생산을 두 배로 늘리면 매출도 그만큼 늘 것이란 계산이었다.
현실은 다르게 가고 있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지난 5월 증설 후 허니버터칩 월평균 판매액(소비자가격 기준)은 80억원가량이다. 증설 전보다 5억원가량 더 많이 파는 정도다. 해태가 새로 지은 공장은 월 75억원어치의 허니버터칩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 단순계산하면 제2공장 생산라인의 6%만 허니버터칩에 쓰고 있는 셈이다.
해태는 허니버터칩 수요가 예상보다 늘지 않자 ‘참기름 감자칩’(8월) ‘허니더블칩’(10월) 같은 또 다른 감자칩을 내놓으면서 새로 지은 공장의 설비를 돌리고 있다. 증설 후 나온 감자칩 제품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처음부터 제2공장은 허니버터칩뿐만 아니라 다른 감자칩 제품을 함께 생산하기 위해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해태제과 수익성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1%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도 지난해 6108억원에서 올해 6098억원으로 감소했다. 오경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매출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데 비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은 할인 판매 등으로 제값을 못 받고 허니버터칩을 판매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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