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성 기자 ] “중동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최저가 낙찰로 따내는 데만 몰두한 것이 한국의 해외건설 경쟁력이 약화된 근본 원인입니다.”
이정훈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해외건설 패러다임 대전환 모색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행사는 해외건설협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마련했다.
이 파트너는 “2000년대 중후반 비약적으로 성장한 해외건설 사업은 2010~2012년 대규모 적자를 본 뒤 국제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며 “제한된 상품(플랜트)과 지역(중동)에서 벌인 최저가 EPC(일명 턴키) 수주 경쟁이 해외건설 사업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EPC는 일정 금액 안에서 발주처의 요청에 따라 설계-자재구매-시공을 한번에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2014년부터 진행된 유가 급락도 해외건설 사업 악화에 치명적이었지만 근본 원인은 ‘중동 저가 수주 집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업 규모가 커지면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는 점을 업계가 간과했다”고 말했다. 계약 등 문제가 불거지면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 업체들은 공정을 중단한 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비해 국내 업체는 ‘묻지마 사업’을 계속하면서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는 “견적 및 계약, 클레임(이의) 관리 등과 관련한 발주처와의 소통에 문제가 잇달아불거지고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고 있어 한국의 중동식 사업 모델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공사(돌관작업)와 납기중시 관행 등 한국의 ‘빨리빨리’ 작업 문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행 때문에 인허가·규제·민원 변수가 많고 노무비 비중이 큰 선진국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파트너는 “엔지니어링 시공관리 등 사업관리(PM) 전문인력 층을 두텁게 하고 발주처를 상대로 합리적인 계약, 클레임 대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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