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PEC, 보호무역주의 파고 막는 방파제 역할해야

입력 2016-11-20 17:21  

구조개혁으로 역내 경제체질 개선
서비스산업을 성장동력으로
2020년까지 역내 무역자유화 추진

이태호 <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



세계 경제의 저성장, 소득 불평등 심화, 무역 침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무역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무역과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붕괴된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에 이어 우리의 주요 교역상대국에서는 고립주의,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정치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미래가 기로에 선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를 타파하고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서 무역 기능을 복원하는 길은 없을까.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바로 이 문제가 화두였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APEC이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APEC 회원국들이 어떤 정책에 중점을 두고 협력해야 할지에 관한 우리의 제언이 ‘정상선언문’에 반영됐다.

우선 구조개혁과 혁신을 통해 역내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신산업을 발굴하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때 각국이 저성장을 극복하고 보호무역주의 발호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서비스산업을 역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통신, 운송 등의 서비스산업은 오늘날 경제의 기본 인프라 산업이 됐을 뿐 아니라 제조업 생산성 제고와 고용 창출에도 기여한다. 이번에 APEC이 ‘APEC 서비스 경쟁력 로드맵’을 채택하고 2025년까지 역내 서비스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와 행동계획에 합의한 것도 서비스산업이 역내 무역 증진과 경제 성장에 기여할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한편 세계 경제가 어려울수록 역내 국가들이 무역자유화를 위한 동력이 소멸되지 않도록 협력할 필요가 있다. APEC은 무역자유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 차원에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등 역내 경제 통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포용적 무역’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적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아태지역 기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가 폭넓게 국제 무역에 참여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를 위해 아태지역 중소기업이 전자상거래 활용과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 무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태지역 정상들은 올해 보호무역적이고 무역제한적인 조치를 더 이상 취하지 않겠다는 소위 ‘동결약속(standstill commitment)’을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의지 표명만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막을 수 없다. 이번 APEC 정상회의가 강조했듯이 무역이 특정 경제주체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성장 엔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 대응은 어느 한 국가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APEC을 중심으로 한 정책 공조와 협력이 효과적인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역내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자는 APEC의 핵심목표, 즉 ‘보고르 목표’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왔다. 이와 함께 포용적 무역정책을 추진함으로써 APEC 역내 공동 번영의 길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태호 <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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