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산업디지털회사 변신
소프트웨어 '프리딕스'개발
빅데이터 활용, 변화 이끌어
프랑스 발전 효율 62% 높여
[ 주용석 기자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승자가 되려면 과거 성공 요인을 과감히 파괴하는 ‘언런(unlearn)’이 필요합니다.”
강성욱 GE코리아 총괄 사장(사진)은 “한국은 제조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지만 최근 중국, 동남아시아 제조업이 강해지고 미국도 제조업 부흥에 나서면서 사면초가 상황에 빠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언런’은 배운 것을 일부러 잊는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학동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과거 성공을 답습(learn)하기만 하면 실패할 수 있다”며 “GE는 (과거 돈 되는 사업이던) 가전과 금융 부문을 팔고 산업 디지털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GE는 138년 전통의 제조기업이다. 항공기 엔진, 발전기 터빈 등 중후장대 산업의 세계적 강자다. 하지만 작년부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GE의 디지털 역량을 한데 모은 GE디지털을 설립한 데 이어 연간 5억달러(약 5500억원) 이상을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공장이나 장비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빅데이터)다. GE는 항공기 엔진이나 터빈에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고장 여부를 사전 점검하는 ‘프리딕스’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예컨대 발전소는 1년에 일정 기간 가동을 멈추고 정기보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이럴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고장이 나기 전에 유지보수를 하고 문제가 있는 곳에 부품을 갈아 끼울 수 있게 된다. 그만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프리딕스는 이미 산업 현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랑스전력공사가 지난 6월 가동한 뷰샹 화력발전소는 GE의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일반 발전소보다 발전 효율을 최대 62%나 끌어올렸다. GE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선두주자로 꼽히는 이유다.
강 사장은 “GE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서비스 매출”이라며 “발전소에 터빈을 팔아 버는 돈보다 터빈을 유지보수하고 정비해서 버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GE는 향후 이 비율이 70~8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사장은 또 “발전소 같은 대규모 플랜트를 지을 때 이제 파이낸싱(자금조달)이 아니라 데이터가 경쟁력”이라고 했다. 또 “한국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아직 데이터를 주목하지 않고 있다”며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못지않게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휘와 명령에 익숙한 수직적 조직 문화를 버리고, 소통과 협업을 장려하는 수평적 문화를 만들며 인사 시스템도 과거 업적 평가보다 개인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사장은 “GE는 작년부터 매년 관행적으로 하던 인사고과를 없애는 대신 관리자와 직원이 상시 피드백을 주고받고 이를 통해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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