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삼성은 전장사업 진출…美 하만 9조원 인수
[ 안혜원 기자 ]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만났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업 전면에 나서 개발 경쟁을 이끌고 있다. 향후 국내 산업계를 이끌어갈 재계 수장들이 10~20년 뒤 회사를 이끌 미래 먹거리로 집중 투자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양사가 커넥티드카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사업 범위를 뛰어넘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한 것도 공통점이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는 정보기술(IT) 기업의 관심사였던 빅데이터 연구에 나섰다. 반면 IT 기업인 삼성전자는 전장(電裝)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커넥티드카는 IT를 접목한 자동차다. 양방향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등이 가능하다. 스마트폰과 집, 사무실, 도로망 시스템 등과 연계돼 외부에서 원격으로 시동을 켜고 끌 수 있다. 인터넷망에 접속해 멀티미디어 스트리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무선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커넥티드카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떻?기관 BI인텔리전스(Intelligence)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9200만대 중 75% 수준인 6900만대가 커넥티드카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약 1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지난해 전세계 커넥티드 카 관련 산업의 매출액인 500억 달러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정 부회장은 대규모 정보를 빠르게 수집·분석·가공하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커넥티드카 개발에 앞장설 예정이다. 국내에선 3년 전 경기도 의왕시에 빅데이터센터를 갖췄다. 해외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택했다. 현대차는 이달 8일 중국 구이저우성에 해외 첫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가동은 내년 6월부터다.
중국 빅데이터센터는 중국 내 차량은 물론 각종 정보를 모아 자산화하고 이를 활용해 중국 소비자 맞춤형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개발하는 업무를 맡는다. 현대차는 이번 빅데이터센터 건립을 시작으로 전세계 주요 지역에 센터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향후 커넥티드카 성패를 결정짓게 될 정보 분석 및 활용 능력에서 한 발 앞서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외부의 수많은 정보를 유의미한 정보로 재생산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빅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뿐 아니라 IT기술을 선도하는 업체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 주자인 삼성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커넥티드카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은 지난해 전장사업부를 출범시킨 이후 꾸준히 관련 분야 진출을 모색해 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검토하는 등 해외 자동차부품업체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커넥티드카 관련 사업은 IT 기업인 삼성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모바일·IoT·인공지능(AI) 등 IT 업체의 주력 사업을 접목해 내놓을 수 있는 서비스기 때문이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이 커넥티드카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선임된 뒤 첫 M&A 대상으로 미국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인 하만을 택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인 80억 달러(약 9조3600억 원)를 들였다.
하만은 세계적인 차량용 오디오업체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외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커넥티드카 분야다. 사실상 하만은 커넥티드카 사업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현재 하만의 주요 사업부 매출을 보면 커넥티드카 사업 부문의 비중이 44%로 가장 높다. 차량용 오디오 부문의 비중은 32%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하만 인수가 커넥티드카 개발 경쟁력 확보에 역점을 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용권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단순한 차량 전장품 사업 진출을 넘어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의 기술 확보를 위한 선착점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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