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나노엔텍 재도약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강도 높은 사업 개편이 결실을 향해 가고 있고, 2014년 미국에 첫 출시했던 '프렌드(FREND)'의 전략 제품 6종도 이제 곧 완성됩니다. 이제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김명립 나노엔텍 대표(50·사진)는 지난 17일 서울 구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나노엔텍은 이제 시장에서 기대해도 되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나노엔텍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의 IVD(체외진단)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3년 미국에서 '킴 래보러토리스(KIM Laboratories)'라는 기업을 설립해 장염바이러스 등 박테리아 관련 조기진단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 바이오벤처를 상대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30여년간 활동해 왔다.
지난 6월 취임한 김 대표는 "1990년대 학생 시절부터 공학과 바이오를 접목하는 기술에 대한 세미나를 많이 들었다"며 "'미세유체역학(Micro-fluidics)'이란 기술이 너무 어려워 상용화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보니 나노엔텍이 見?구현해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투자를 했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6종의 전략 제품군이 완성된다. 이제 영업을 강화할 때고, 이를 위한 자금도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 "연구실을 손 안에"…현장진단(POCT) 6종 美 출격
나노엔텍의 핵심 기술은 '랩온어칩(Lab-On-a-Chip)'이라는 바이오칩이다. 신용카드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 칩에 혈액 등 시료를 넣으면, 시료가 미세유체역학에 따라 서서히 흘러가 반응한다. 이를 '프렌드'라는 3kg의 소형 진단기기에 꼽으면 질환의 감염 여부 및 특정인자의 분포도 등 정량 진단이 가능하다. 시료를 따로 연구실에 보낼 필요없이 현장에서 3분에서 5분이면 진단이 끝난다.
김 대표는 "빠른 진단이 가능해야 그에 맞는 치료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며 "환자와 의사, 제약사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현장진단(POCT) 기술"이라고 했다.
나노엔텍은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프렌드에 사용되는 바이오칩 4종을 미 FDA에서 승인받았다. 전립선 질환 1종, 갑상선 질환 2종, 남성호르몬 1종 등이다. 그리고 저농도 전립선과 비타민D 진단 제품은 현재 FDA 승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줄기세포수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아담(ADAM)-CD34'도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 대표는 이들의 승인이 내년 상반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승인이 확정되면 기존에 승인받은 백혈구 자동 계수기 'ADAM-rWBC'까지 8종의 진용을 갖추게 된다.
그는 "제품의 숫자가 적었던 것도 미국 법인 실적부진의 원인 중 하나"라며 "제품이 많아야 의료기관 대상 영업이 수월한 만큼, FDA 추가 승인 이후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노엔텍은 2014년부터 시작된 FDA 승인을 통해 관련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 때문에 추가 제품의 승인도 낙관하고 있다. 신청 이후 12~16개월 걸리던 FDA 승인이 최근에는 약 5개월로 빨라졌다. 이는 글로벌 회사들의 수준이란 설명이다.
◆ 현금흐름 이익 전환, 공격적 영업 시작
나노엔텍은 뛰어난 기술력에도 영업적자 상태다. 바이오칩의 생산 안정화에 시간이 걸렸고, 지난해 바이오포커스와의 합병으로 고정비도 늘어났다. 또 모회사 SK텔레콤으로부터 지난해 투자받은 100억원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비용이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긍정적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사업을 통해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올 들어 매출채권 회수 기준을 강화했다"며 "채권 회수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투자 증가로 발생했던 감가상각비 등도 상반기에 많이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내년을 기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강도 높은 사업 개편이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법인의 손익도 안정화 추세다. 2017년에는 이익을 추구하고, 2018년에는 매출과 이익이 같이 성장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진단장비의 무상대여도 확대하기로 杉? 로슈와 애보트 등 글로벌 진단업체들은 진단제품 판매를 위해 우선 장비를 무상으로 보급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장비가 많이 깔리면 이에 맞는 진단제품도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며 "가용자금도 꽤 돼서 전략 제품군 완성에 맞춰 장비의 무상대여를 확대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나노엔텍은 지난달 100억원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또 무상대여 장비는 자산으로 잡혀 재무적 부담이 없다.
또 다른 주요 시장인 중국 진출도 진행되고 있다. 그는 "중국은 3종의 제품에 대해 CFDA 승인을 받았다"며 "반제품을 공급하고 중국 현지에서 최종 생산하는 방식으로 생산 인허가 기간을 줄일 생각이고, 몇개의 업체와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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