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퇴진 전제 추천 수용못해…총리 권한 입장변화 없다"
박 대통령, 22일 국무회의 불참…피의자 신분 고려 '자숙모드'
[ 장진모 기자 ] 청와대는 21일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나 퇴진을 전제로 추천하는 국무총리 후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탄핵에 앞서 거국중립내각을 이끌 총리를 세우려는 야당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추천 총리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야당은 대통령이 제안한 것과 다른 뜻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까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또 취재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야당 주장에 일관성이 없으니 우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며 “박 대통령의 정세균 국회의장 방문 시 총리권한에 대해 하신 말씀에 입장 변화가 없다. 야당과 대화를 통해 풀어 가야 한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정 의장에게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笭킴摸?그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데 지금 야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회 추천 총리는 대통령 퇴진 또는 임기 단축을 전제한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 임기 보장과 총리에게 실질적인 권한 보장이라는 당초 ‘원안’을 놓고 야당 측과 협의할 수 있지만 퇴진·탄핵을 전제로 한 총리 후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청와대가 국회 추천 총리에 대한 거부 의사를 보인 것은 탄핵 국면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카드’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 총리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끌었고, 야권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 상황까지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 불참키로 했다. 대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의를 주재토록 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국정 복귀 행보 차원에서 회의 주재를 검토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 만큼 국민 여론을 감안한 자숙 모드를 선택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특검은 특검대로 받으면서 동시에 기본적인 국정은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야당이 추천한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특검 수용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