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론회는 'ICC와 북한의 반인도범죄'라는 주제로 주(駐)네덜란드 한국대사관과 국제인권단체인 ICNK(북한 반인도 범죄 철폐 국제연대), 제프리 나이스 재단, 독일의 지오다노 부르노 재단의 공동 주최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됐다.
특히 토론회는 처음으로 ICC 당사국 총회 기간에 공식적인 부대행사로 지정돼 열렸다.
행사에서는 북한 '주석궁 만수무강연구소' 연구원 출신인 탈북민 김형수 씨가 북한에서 남한 방송을 듣다가 적발돼 고문을 당한 자신의 경험과 71세 된 모친이 탈북을 시도하다가 중국 땅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된 뒤 고문을 받아 숨진 사연을 소개했다.
김 씨는 "북한 당국의 이 같은 행위는 ICC 로마 규정에서 정한 고문과 강제실종 등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며 "북한의 이런 범죄행위가 몇 사람에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국가보위부를 중심으로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론회에 참석한 ICC 관계자 및 각국 대표부의 외교관들에게 북한 인권문제의 ICC 회부를 촉구했다.
김 씨는 "북한 인권문제가 ICC에 회부된다면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면서 "이 메시지가 궁극적으로 북한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ICNK의 권은경 사무국장은 지난달에 발행한 보고서 '거대한 노예노동국가 북한'에 근거해 "북한의 노동착취 기구인 '돌격대'가 현대식 '노예제도'"라며 "이러한 북한의 강제노동 메커니즘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권 국장은 최근 유럽 사회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노동착취 문제의 핵심이 바로 '돌격대'와 같은 북한의 노동구조라고 덧붙였다.
'감춰진 수용소 (Hidden Gulag 1-4)'의 저자인 데이비드 호크 미국 인권위원회 위원은 북한 당국이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은 12군데에 약 20만명의 정치범을 수용한 수용소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탈북자 증언과 위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는 반인도범죄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인권유린이 총체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크 위원은 2014, 2015년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최근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 내달 유엔총회 의결을 앞둔 점을 언급한 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서 인권을 유린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렇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유린을 압도적으로 인식해 국제적인 이슈가 되면 (중국 ?러시아가)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북한인권문제도 결국엔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캄보디아 크메르루즈를 처벌하는 데 40년이 걸렸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책임 추궁이 향후 몇십 년이 더 걸릴 수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제기해 나가면 가능할 것이다. 정지작업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지오다노 브루노 재단의 니콜라이 스프레켈스 프로젝트 매니저는 "폴란드와 몰타 등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외부와 차단되고 북한의 가족들이 볼모로 잡힌 가운데 불법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국제기구가 북한의 인권실태를 계속 모니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유고 형사재판소(ICTY)의 주임 검찰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재판을 책임졌던 제프리 나이스 이사장은 "불가능해 보였던 유고와 르완다 (학살) 사건 관련자들이 조사를 받으면서 북한의 지도자처럼 불법행위를 저지른 나쁜 정권의 지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며 "북한 당국의 인권유린에 대해선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CC 유고국제전범재판소(ICTY) 부소장을 지낸 권오곤 변호사는 인사말에서 "북한 인권문제의 ICC 회부가 당장은 현실성이 많아 보이지 않지만 북한 인권 탄압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 나가고 관련국들을 설득해 나가면서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북한의 반인도범죄에 대한 ICC 회부 논의가 활성화돼 ICC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현실화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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