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리스크 큰 문제 없어
미국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로 자동차·전자 등 수출기업에 영향
[ 서기열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버텨낼 만한 탄탄한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로 수출 중심의 자동차 전자 철강업종 기업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는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7년 한국 신용전망 콘퍼런스’를 열고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환경 속에서 한국의 거시경제 전망과 기업들의 신용 전망을 발표했다.
무디스는 내년 세계 경제의 부정적 요인으로 △중국 경제의 추가적인 성장 둔화 △선진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부각 △유럽연합(EU) 탈퇴 움직임 강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부채 증가 등을 꼽았다.
하지만 마이클 테일러 무디스 아시아태평양 평가정책총괄 전무는 “한국 경제는 내년에 세계적으로 이런 역풍이 불더라도 탄탄한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이를 견뎌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택부문 부채 증가, 북한 정권 몰락 등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부정적인 요인들도 국가 신용도에 이미 반영된 상태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지난 10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안정적)’로 유지했다. 이는 10개 투자등급 중 상위 세 번째다.
대통령 탄핵 등 최근 한국에서 부각되고 있는 정치적 리스크도 국가 신용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설명했다. 테일러 전무는 “한국 경제가 최근 정치적 불안 속에서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강력한 축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며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면 대내외 충격을 견뎌낼 힘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들의 내년 신용도 전망에 대해서도 큰 위험요인은 없을 것으로 봤다. 크리스 박 무디스 기업금융담당 상무는 “한국 기업들이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어 부채 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통신 정유 화학업종은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는 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세계 교역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상무는 “보호무역 경향이 강화되면 한국 기업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전자 철강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임 노드 무디스 금융사담당 전무는 “교역량이 줄면 한국 해운업과 조선업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조선사의 매출도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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