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7.4 강진…닛산공장 멈췄다

입력 2016-11-22 19:22  

5년 전 동일본 대지진 악몽에 비상

지진 발생 3분 만에 쓰나미 경보
300여개 학교에 긴급 대피령
해외순방 아베, 1시간후 기자회견

인근 자동차·반도체 기업 경계 강화



[ 도쿄=서정환 기자 ]
“동일본 대지진 당시를 생각해보십시오. 목숨을 지키기 위해 급히 대피하십시오.”

22일 오전 5시59분께 일본 북동부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했다. 3분 뒤 일본 기상청이 후쿠시마현 일대 연안에 최대 높이 3m의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를, 미야기·이와테· 이바라키현 등에 1m의 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주민 긴급대피를 알리는 NHK 아나운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TV를 통해 울려퍼졌다.

◆후쿠시마 앞바다 60㎞ 지점서 발생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본진 발생 10분 후 규모 5.4의 지진을 시작으로 규모 4~5 이상의 여진이 여덟 차례 이어졌다. 후쿠시마현 등지에선 진도 ‘5약(弱)’의 진동이 있었으며 도쿄에서도 수초간 건물이 흔들렸다. 오전 6시49분에는 후쿠시마현 해안에 높이 60㎝의 쓰나미가 관측된 데 이어 8시3분에는 미야기현 센다이항에 1m40㎝의 쓰나미가 도달했다.

이번 지진 진원지는 후쿠시마 앞바다 60㎞ 지점, 진원의 깊이는 약 25㎞다. 진도 5약은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때의 진도 9, 지난 4월 구마모토 지진 때의 진도 7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일본 국민을 동일본 대지진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날 지진이 동일본 대지진(진원 미야기현 앞바다)과 비슷한 곳에서 발생한 데다 지진 발생 직후 쓰나미 경보까지 뒤따랐기 때문이다.

5년 전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로, 1만5873명이 사망하고 2744명이 실종됐다. 구마모토현에서는 지난 4월14일에 이어 16일 두 차례에 걸쳐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해 50명이 사망했다.

이번 지진으로 도호쿠 신칸센 등의 철도 운행이 일부 중단되고 항공기 결항도 잇따랐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거주하는 65세 여성을 포함해 10여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들 지역에선 주민 수천명이 피난했으며 간토지방에서만 300여개교가 임시 휴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대거 몰려 있어

산업계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닛산자동차는 지진 대피령이 해제될 때까지 후쿠시마현 엔진공장 가동을 일시 멈췄다. 화학업체 구레하는 고기능 수지와 탄소섬유 등을 생산하는 후쿠시마공장에 인접한 연구소에서 불이 나 생산을 중단했다. 이온, 야마토운수 등도 오전에 영업을 접었다가 오후 들어 재개했다.

이번 지진 발생 지역에는 도요타, 닛산 등 완성차공장과 케힌 알파인 등 자동차부품업체가 대거 몰려 있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관련 기업과 신에쓰화학, SUMCO, TDK, JX닛코닛세키금속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글로벌 부품소재 기업도 자리잡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때는 지진 피해로 길게는 4개월 동안 이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까지 차질을 빚기도 했다.

◆아베, 아르헨티나에서 신속 지휘

일본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발생 3분 만인 오전 6시2분께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관저연락실을 설치하고 지진 대응 태세에 즉각 들어갔다. 쓰나미 경보까지 나오자 43분 뒤인 오전 6시45분에는 연락실을 관저대책실로 승격했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진 발생 17분 후 내각에 재해 대응에 전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발생 약 1시간 만인 오전 7시께는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정보수집을 철저히 하고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오전 7시39분께 기자회견장에서 “주민들은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달라”며 “후쿠시마 제2원전 3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냉각시설이 정지됐지만 연료 유출 등의 문제는 없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기상청이 낮 12시8분께 쓰나미 주의보를 해제하면서 일본 국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기상청은 “앞으로 1주일 정도는 최대 진도 5약 정도의 진동이 감지되는 지진이 일어나 쓰나미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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