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천호식품 대표 '촛불집회 실언'에 불붙는 불매운동

입력 2016-11-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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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민 기자 ] 매주말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통업계 CEO(최고경영자)들이 집회 관련 실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봉진 자라코리아 사장,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등의 촛불집회 관련 언급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회사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페인 제조·유통일괄(SPA) 브랜드 자라를 운영하는 자라코리아의 이 사장은 최근 한 대학교 강연에서 촛불집회를 언급해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 학생은 SNS를 통해 이 사장이 강연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분이 시위에 나가 있을 때 참여 안한 4900만명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며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학생은 이 사장의 발언에 "시위에 참여한 우리는 아무 것도 안하는 건가"라며 "우리 미래를 바꾸려고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달았다.

SNS를 통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사장은 촛불집회를 폄하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이에 이 사장은 해당 학생에게 "집회 참여하는 것을 비하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발언에 대해 "우리는 각자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 각자의 미래를 더 나아지게 바꿔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며 "정치상황이 매우 부당하고 불행한 사태이며 이를 위한 집회나 국민운동은 정당하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학생은 이 사장의 해명을 SNS에 전하고 첫 번째 글을 삭제한 상태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공분이 식지 않아 자라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온라인에서 일고 있다.

앞서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은 촛불집회를 비난하는 동영상과 글을 인터넷카페에 올려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본인이 운영하는 인터넷카페 '뚝심이 있어야 부자된다'에 촛불집회 관련 비난 글과 동영상을 올렸다.

누리꾼들이 김 회장의 행동을 비난하고 제품 불매 운동까지 번지자 사과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진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사과글에서 "개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제 의도와 다르게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 많아 바로 내렸지만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천호식품 제품 TV 광고에 직접 출연하며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기업인이었다. 김 회장이 광고에서 말한 "남자한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는 한동안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적절치 못한 기업인의 온라인 게시물 혹은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지면서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는 "SNS 시대를 맞아 기업인들의 말과 행동에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며 "특히 기업인이 온라인에서 소비자들과 소통할 때는 사회적인 이슈보다 기업의 본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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