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인접지역 이동제한 조치…인체 감염 가능
음성·해남 등 9곳 확진…닭·오리 93만 마리 살처분
[ 김재후 기자 ] 중국에서 10명의 사망자를 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N6형)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23일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AI 관련 관계차관회의를 열어 AI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AI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네 단계로 돼 있다.
전국적으로 H5N6형 양성 확진은 9곳으로 늘었고, 10곳에서 정밀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AI로 살처분된 닭·오리 등 가금류는 모두 93만2000마리다.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경보 단계가 ‘경계’로 높아짐에 따라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책본부와 상황실이 가동되고 발생 및 인접 지역은 농가 간 이동이 중지되며 소독 장소가 설치된다”고 설명했다.
AI 위기 대응 수준이 경계로 조정되면 방역당국 책임자도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에서 농식품부 장관으로 높아진다. 상황에 따라선 이동이 통제되거나 인근 전통시장이 폐쇄될 수도 있다. 발생 지역의 축산농가 모임은 금지된다.
정부가 AI 확산 방지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유는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시 풍세면의 야생 조류 배설물에서 국내 처음으로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전북 김제, 전남 무안과 해남, 충북 음성과 청주, 경기 양주와 포천, 강원 원주 등으로 감염지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오리와 닭 사육 농가가 적은 영남과 제주도만 빼고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왔거나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해남·양주의 산란계(닭)와 음성·무안·청주의 오리에선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포천의 산란계와 김제의 오리 등은 AI 확진 작업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철새가 주로 건너오는 서해안 일대에서 AI 바이러스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H5N6는 인체 감염이 가능한 고병원성 AI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4년 이후 H5N6가 처음 발병한 중국에서 15명이 감염됐고 이 중 10명이 숨졌다. 2008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854명이 감염되고 450명이 사망한 H5N1보다는 덜 위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전국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했으나 방역 외엔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만큼 AI 발생 지역의 가금 사육 농장, 철새 도래지 등의 방문을 가급적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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