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휠라의 '회춘'…10대 학생이 입는다

입력 2016-11-23 18:26  

색·디자인 단순화하고 브랜드 로고 강조한
'헤리티지 라인' 완판 행진

대형 매장 10여개 세우고 도쿄엔 안테나숍까지 열어



[ 민지혜 기자 ]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1990년대 ‘활동적인 20~30대가 입는 스포츠 의류’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소비자와 함께 ‘나이가 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동안 피케셔츠 다운재킷 등 30~40대를 겨냥한 제품이 주력 상품이었다.

휠라는 올초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흰색 빨강 파랑으로 유명한 휠라 색상과 로고디자인을 강조한 ‘헤리티지 라인’을 내놨다. 새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10대를 겨냥했다. 그 결과 ‘발랄한 10대 학생이 입는 옷’이란 인식이 생겨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휠라가 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헤리티지’로 10대 공략

휠라의 변신은 지난해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출신 김진면 사장(사진)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스포츠 브랜드. 2007년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전 세계 사업권을 인수한 뒤 줄곧 윤 회장이 경영을 맡아 왔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

김 사장은 사원 대리 등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 10~20대를 새로운 소비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김 사장은 “스포츠웨어가 아니라 패션의류 디자이너의 감각으로 딱 1년만 브랜드 리뉴얼을 도와달라”며 제일모직에서 인연이 있던 디자이너 정구호 씨를 영입해 지난달까지 같이 일했다.

올해 상품라인을 준비하면서 내린 결론은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이니 만큼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휠라를 상징하는 세 가지 색상을 전면에 내세우고 디자인도 단순화했다. 브랜드 로고도 큼지막하게 강조했다. 테니스 선수들이 입는 옷처럼, 외국 사립학교 교복처럼 만들었다.

반응은 곧바로 왔다. 휠라 로고가 크게 새겨진 반팔 티셔츠는 올여름 ‘완판(완전판매)’됐다. 긴팔 제품도 80% 이상 팔려 재생산에 들어갔다. 테니스화 같은 디자인의 운동화 ‘코트 디럭스’ 신제품도 9월 중순 출시하자마자 70% 이상 팔려 추가로 생산 중이다. 주로 10~20대가 사갔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휠라 패밀리카드를 새로 만든 15~35세 소비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늘었다.

김 사장은 “미국에서도 빅로고 티셔츠, 하이톱 운동화 등 휠라 헤리티지 라인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일상복 같은 스포츠웨어, 빈티지한 감성을 찾는 수요가 맞물려 휠라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매장서 소비자 취향 파악

의류와 신발 디자인뿐 아니라 매장 운영과 마케팅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총 443㎡ 규모에 달하는 서울 이태원점 등 기존 매장보다 세 배 이상 넓은 메가스토어 10여개를 새로 냈다. 패션 브랜드의 쇼룸처럼 여유 있게 둘러보며 쇼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소비자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안테나숍 개념의 임시매장도 열었다. 서울 이태원과 삼청동, 가로수길에 이어 지난달에는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도 임시매장을 냈다. 한 달 동안만 집중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철수하는 임시매장은 큰 비용 부담 없이 젊은 층이 선호하는 트렌드를 알 수 있고, 홍보 효과도 톡톡히 낸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 건국대 앞 커먼그라운드 휠라 매장에서 한 ‘코트 디럭스 1+1 행사’에선 문을 열자마자 준비한 111세트가 모두 판매됐다. 새벽 5시부터 줄을 선 커플들이 ‘싹쓸이’해갔기 때문이다.

휠라는 내년에 헤리티지 라인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백화점 바이어, 대리점주를 대상으로 연 내년 봄·여름 상품 품평회에서도 헤리티지 라인이 주를 이뤘다.

윤 회장은 지난달 전 세계 휠라 관계자 100여명이 모인 ‘휠라 GCM 2016’에서 “지금은 휠라가 가진 100년 이상의 헤리티지를 발전시켜야 할 시점”이라며 당장의 이익보다 브랜드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데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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