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산 심사도 '거야 힘자랑'…신재생에너지·4차산업 예산까지 '싹둑'

입력 2016-11-24 19:20  

국회 예결위 감액소위 '감액 리스트' 단독 입수

'해외자원 개발' 광물공사·석유공사 지원액 30억씩 줄여
'대통령 관심사업' 새마을운동 지원예산도 대폭 깎아
일부 의원 "지역구 예산 따왔다" 벌써 장사 나서



[ 박종필 기자 ]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 태양광 풍력발전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정부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줄줄이 삭감됐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에서 야당의 힘이 작용한 결과다.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 등 박근혜 대통령 ‘관심 사업’으로 알려진 예산이 삭감됐다. 친박(친박근혜)계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 대구·경북(TK)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심사보류됐다. 최순실 사태 여파로 여당이 정부 정책을 방어하는 힘도 크게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 추진 산업정책 줄줄이 삭감

한국경제신문이 24일 단독 입수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감액소소위원회 예산안 심사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막바지 경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여야 의원 5명으로 구성된 감액소소위는 삭감 대상 사업에 대한 심사를 이날 마무리했다. 감액소소㎞?심사한 결과는 오는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돼 본회의로 회부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 사업은 18억5000만원 삭감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소유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풍력발전을 하는 농업기반시설 활용 에너지 개발 사업 예산도 20억원 깎였다. 투자 대비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자원 개발 사업도 대폭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내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에 각각 350억원과 253억원을 출자할 계획이었지만 관련 예산이 각각 30억원 줄었다. 감액소소위는 기존 투자 성과가 좋지 않았던 만큼 자구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달았다.

원자력발전 기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 예산은 4억3000만원, 산업집적지 경쟁력 강화 예산은 5억원 삭감됐다. 서울대 재정 지원 예산은 법인화 이후에도 정부가 계속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21억원 축소됐다.

◆박 대통령 관심 예산 대폭 삭감

박 대통령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개발도상국에 전문가를 파견해 새마을운동을 지원하는 해외농업기술개발지원 사업은 188억원 중 30억원이 깎였다. 경북 구미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예산도 5억원 줄었다. 새마을운동 세계화 예산 35억원은 여야 의원 간 의견이 갈려 예결위 여야 간사 간 협의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대폭 삭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최순실 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의료시스템 수출 지원 사업도 3억원 삭감됐다. 최씨 측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코리아에이드 예산은 144억원 전액?삭감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과 일부만 줄이자는 여당 의원들의 의견이 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구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 예산 1000억원과 포항~삼척 철도 건설 예산 5069억원 등 TK 지역 SOC 예산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이 영남권에 예산이 편중됐다며 삭감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은 상임위 차원의 1차 예산심의만 끝냈을 뿐 아직 예산안이 예결위와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지역 예산을 따 왔다”고 홍보하고 있다.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에 침수, 방범예산 8억5000만원을 따냈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산 지역 금융산업 지원예산 685억원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의원들도 홍보 보도자료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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