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등 감염으로 폐에 염증
사망원인 4위…98%가 50세 이상
만성질환자 감염 위험 일반인의 3배
방치하면 뇌수막염·패혈증 유발
기침으로 전염돼 백신 접종 필수
치아 스케일링으로 예방 효과
[ 이지현 기자 ]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 독감, 폐렴 등 호흡기 질환자가 늘어난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호흡기가 건조해지면 각종 감염성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다. 이들 질환 중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 폐렴이다. 폐렴은 국내 입원 원인 1위와 사망 원인 4위 질환이다. 폐렴 사망자의 상당수가 50세 이상 중장년층이기 때문에 겨울철 폐렴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폐렴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감염돼 폐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폐렴이 생기면 기침을 하고 몸속 염증 물질을 배출하려는 생리현상 때문에 가래도 많아진다. 폐의 정상적인 기능에 장애가 생겨 숨을 잘 쉬지 못하고 구역질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두통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등도 생긴다.
감기에 걸려 면역력이 약해지면 폐렴 원인균 중 하나인 폐렴구균에 노출되기 쉽다. 2009~2013년 월별 폐렴 환자를 분석했더니 7월에 가장 적었다가 10월부터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감기에 많이 걸리는 환절기나 겨울철에 폐렴 환자가 많다.
폐렴은 기침, 가래, 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해 감기로 오인하는 환자가 많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병이 악화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급성 폐렴 환자는 38.3도 이상의 고열과 오한, 기침, 누런 가래,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하면 의식이 혼미해지고 산소가 부족해져 입술과 손톱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난다.
하지만 노인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가 많다. 노인 환자의 20~30%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뒤늦게 폐렴을 진단받는다. 평소 폐렴 증상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폐렴은 감기 증상 외에 전신 증상을 보인다. 고령층은 식욕 감퇴, 활동 감소 등의 변화를 보이는 일도 많다.
환자 호흡수가 분당 30회 이상으로 빠르고 열이 심하며 의식이 혼미하거나 청색증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감기로 여기고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때도 진료를 받아야 한다.
65세 이상은 폐렴에 걸렸을 때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이 많고 사망 가능성도 높다. 폐렴 증상을 보이면서 기력이 쇠퇴해지고 헛소리를 하거나 가래 끓는 소리 등을 내는 노인은 서둘러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 손발이 차고 배가 아프고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는 증상을 보이는 일도 있다.
국내 사망 원인 4위
폐렴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지난해 진료비 통계지표에 따르면 폐렴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입원한 질환이다. 한 해 동안 28만3774명이 폐렴으로 입원했다. 지난해 폐렴은 국내 사망 원인 4위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사망 원인 10위에서 4위로 뛰어오를 정도로 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10대에선 사망자가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는 질환으로 꼽혔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건강한 성인보다 폐렴에 더 취약하다. 지난해 폐렴 사망자 중 98%는 50세 이상 성인이었다. 당뇨병 환자는 건강한 성인보다 폐렴 등 폐렴구균 질환 감염 위험이 최대 3.1배까지 높아진다.
폐렴을 일으키는 폐렴구균은 폐렴 외에 뇌수막염, 균혈증, 패혈증 등의 원인이 된다. 이 균은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영유아를 자주 접하는 성인일수록 균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손자 손녀의 육아를 책임지는 조부모가 늘고 있다. 폐렴에 취약한 중장년층이 영유아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폐렴 환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50세 이상에서 폐렴은 호흡기 질환 중 사망 원인 1위다. 증상이 있으면 빨리 병원을 찾고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
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 초기증상을 환절기 감기로 가볍게 여기다가는 중증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환절기에 기침, 가래, 발열 등의 호흡기 증상이 지속되거나 정도가 심하면 폐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사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엑스레이 등으로 진단
폐렴 의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가슴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 폐 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수가 심하거나 병이 생긴 지 24시간 이내인 환자는 엑스레이를 통해서도 병변을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백혈구가 많이 줄어든 환자도 마찬가지다.
가래와 피를 이용한 세균 배양검사, 백혈구 수 측정 등으로 폐렴을 진단하기도 한다. 아무리 검사를 해도 폐렴을 일으킨 원인균을 찾지 못하는 환자도 많다. 폐렴으로 진단되면 수분을 보충하고 저산소혈증이 있으면 산소를 공급하기도 한다. 가슴통증을 줄이기 위해 더운 찜질을 하고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폐렴 환자는 가래를 잘 뱉어내는 것이 좋다. 기침을 하면서 가래가 나온다면 가능한 한 기침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래를 묽게 해 쉽게 뱉을 수 있도록 거담제를 처방하거나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해열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폐렴 증상은 48~72시간 안에 완화된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2~4일 정도 지속되던 열이 떨어지고 늘어난 백혈구 수도 줄어든다. 1~2주 안에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 노인 환자 등은 회복 속도가 느리다.
폐렴구균 예방접종 함께 받으면 좋아
폐렴은 독감이 증가하는 겨울에 환자가 많다. 독감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 세균 감염에 의한 폐렴이기 때문이다. 폐렴 예방을 위해 면역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평소 충분히 잠을 자고 편식하지 말아야 한다. 규칙적 운동으로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과로 과음 흡연 등을 피해야 한다. 폐렴구균 백신과 독감 백신을 맞는 것도 도움된다. 하정훈 하정훈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폐렴구균 백신과 독감 백신이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된 영유아에 비해 이들을 돌보는 고령층은 예방접종에 소홀한 편”이라며 “영유아를 돌보는 조부모도 독감뿐 아니라 폐렴구균 예방접종에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1년에 2회 이상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겨울철 폐렴에 걸릴 가능성이 최대 87% 낮았다. 구강 내 이물질이 기도와 폐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이 생길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은 이물질이 기도나 폐로 들어가면 기침을 하거나 면역 반응이 기도를 보호해 쉽게 폐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면역기능이 떨어진 고령층은 폐렴 발생 위험이 커진다. 류재준 고려대 안암병원 치과 교수는 “불량한 구강 위생은 폐렴뿐 아니라 심장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정기적인 스케일링으로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것도 폐렴을 막는 방법”이라고 했다.
도움말=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하정훈 하정훈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류재준 고려대 안암병원 치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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