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나섰다… 기발한 ‘촛불 수 집계법’

입력 2016-11-28 13:38  

스마트폰 와이파이·블루투스 신호 잡아 추정하고…
천문학자 방식 차용해 사진 속 촛불 숫자 세기도…





(임현우 정치부 기자)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회를 거듭할 수록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불어나면서 이들의 숫자를 추정하는 계산법이 발전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벤처인들과 과학자들이 집단지성을 가동해 다양한 인원 추산법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5일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90만명, 경찰 추산 33만명이 모였다. 경찰은 단위 면적을 이용해 인원을 추론하는 ‘페르미 추정법’을 사용했다. 3.3㎡(한 평)에 성인 남성이 서 있으면 6~10명, 앉아 있으면 4~6명이 있다고 가정한 뒤 군중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에 대입해 인원을 추정한 것이다. 경찰은 인원이 가장 많이 들어선 시점을 기준으로 ‘순간 최대 인원’을 추산한다.

반면 주최 측은 특정 시점에 모인 인원이 아니라 전체 시간대 중 잠깐이라도 현장에 있었던 참가자까지 포함한 ‘연인원’을 기준으로 삼는다. 참가 의사를 밝힌 단체들로부터 인원을 취합하고, 과거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집회규모와 비교하는 한편 주최 측에서 나눠준 초의 숫자, 인근 지하철역이나 골목에 모인 인원 등도 모조리 반영한다. 양측의 수치에 큰 차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IT업체 조이코퍼레이션은 집회 참가자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무선 신호를 잡아 인원을 파악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센서를 통해 스마트폰 신호를 감지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다만 와이파이나 블루투스가 꺼진 스마트폰은 탐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이런 변수들을 보정해주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추산한 지난 19일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인원은 약 74만명이었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사진 속 촛불의 수를 세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캔들카운터’를 직접 만들었다. 천문학자들이 별을 셀 때 사용하는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밝은 촛불의 숫자를 세고 각종 오차를 보정하는 방식이다.

그는 참가자 1명이 차지하는 면적이 경찰의 주장과 달리 약 0.25㎡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초를 든 사람의 등이나 머리, 앞에 있는 피켓 등에 촛불이 가려졌다든가 건물 유리창에 가려진 촛불, 가로수 등불, 사무실 전등 등은 잘못 셀 수도 있다”며 “이런 것은 인간이 잡아줘야 한다”고 소개했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도 경찰의 기준인 ‘3.3㎡당 1명’이라는 계산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레이 왓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와 폴 입 교수의 연구 등을 감안하면 콘서트장에서 군중 1명이 차지하는 면적은 약 0.23㎡라고 소개했다.

원 교수는 집회 참가 동영상을 분석해 “집회 참가자의 90% 정도는 고정?있고, 주변 10% 정도는 끊임없이 움직였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1초 동안 일정 면적에 몇 사람이 지나가는지 센 뒤 집회시간과 면적을 곱했다. 1m를 1초에 3.3명이 지나간다고 가정해 원 교수가 산출한 지난 19일 집회의 유동인구는 72만명, 고정인구와 합하면 총 98만명으로 주최 측 추산과 비슷했다.

어떤 기준과 방법을 활용했느냐에 따라 수치는 달라진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단순한 숫자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이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외치는 ‘민심’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28일 인터뷰에서 “사실 과학자들은 현실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아 웬만한 정치상황에서는 거리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며 “과학자가 나왔다면 그것은 국민의 마지막이 나온 것이고, 그만큼 이번 헌정 파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끝) /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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