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대통령과 총수 독대 석달 전…이미 면세점 추가 논의 시작

입력 2016-11-29 18:01   수정 2016-11-30 05:10

면세점 추가선정 과정 어땠길래 … '시간의 재구성'

작년 11월 롯데·SK 탈락 후
일자리 잃은 직원 논란 확산

올초 추가선정 방침 기울어
야당 의원도 "제도 개선 필요"
롯데 "독대 전에 결정된 일"



[ 정인설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가 정하는 일정대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야당이 거부함에 따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과 청문회는 예정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 과정 중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와 SK는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다음달 6일 국회 청문회 증인석에도 서야 한다.

검찰은 최 회장과 신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뒤 면세점 사업 기회를 ‘선물’로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SK와 롯데는 특혜는 없었다는점을 적극 항변하고 있다. 작년 11월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SK와 롯데가 다음달 3차 시내면세점 심사에서 패자부활의 기회를 얻게 된 과정을 살펴봤다.


◆“면세점 추가 허용, 독대 전 결정”

작년까지만 해도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면세점을 늘리고 새 사업자를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롯데면세점을 중심으로 한 독과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작년 5월 1차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점 특허를 얻었다. 같은 해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이 사업권을 잃고 두산과 신세계가 면세 시장에 새로 진입했다.

작년 말부터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 직원들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갈 곳 없어진 면세점 직원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았다. 지난해 12월18일 면세점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고, 같은 달 28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면세점 관련 관세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때부터 움직임이 빨라졌다. 올해 2월 국회에서 면세점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조차 “(롯데, SK 같은) 기존 면세 사업자들은 특허권 수성 실패로 고용 불안을 겪고 있어 각계각층의 우려와 개선 필요성이 분출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3월8일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이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 일정(3월16일)을 발표했다. 서둘러 공청회 일정 등이 잡히면서 시내면세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 공청회에서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지난해 사업권을 딴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은 면세점 추가 선정에 반대하기 위해 공청회 이틀 전인 3월14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같은 날 신 회장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다. 롯데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면담 이전에 이미 시내면세점을 추가 선정한다는 방침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 독대와 면세점 정책을 연관 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K스포츠와 밀당 중 확정”

대통령 면담 자리에서 면세점 얘기가 나왔는지 여부는 이후 SK와 롯데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최 회장은 2월16일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2주 뒤인 2월29일 K스포츠재단 관계자는 SK에 찾아와 80억원을 요구했으나 SK는 거절했다. 이후 SK는 면세점 창고와 시스템을 두산에 통째로 매각하는 협상을 벌였다. SK가 면세점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 있는 거래였다.

SK 관계자는 “대통령이 면세점 추가 사업 얘기를 했다면 우리가 면세점 자산을 파는 협상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롯데는 오랜 기간 K스포츠재단과 ‘밀당’을 했다. 신 회장과 박 대통령이 독대한 사흘 뒤 K스포츠재단이 롯데를 찾아 75억원을 요구했다. 경기 하남에 복합체육시설을 세운다는 명목이었다. 롯데는 돈 대신 건물을 지어주겠다고 했지만 끝까지 돈으로 달라고 하자 35억원으로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와중에 4월29일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을 4곳 더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신 회장이 면세점 추가 선정 얘기를 들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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