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고파는 것도 M&A 일종
변호사-중개사 '선의의 경쟁'
이사 자주하는 사람들에 큰 도움"
[ 김병일 기자 ] “아파트 단지 단위로 거래를 맡기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복덕방 변호사’로 알려진 공승배 트러스트 부동산 대표(45·사법연수원 28기·사진)가 환한 얼굴로 기자와 만났다. 공인중개사 영역을 침범했다며 검찰이 기소했을 때만 해도 범죄인 취급 받았지만 지난 7일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중개 자문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서다.
그는 광장 화우 등 대형 로펌에 이어 작년까지 법무법인 현에서 ‘잘나가는’ 인수합병(M&A) 전문가였다. 부동산 중개 관련 회사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 그의 아내조차도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죄 판결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그는 “아내의 마음도 법정에서 바뀌었다”고 전했다.
공 대표에 따르면 집을 사고파는 것도 M&A의 일종이다. M&A 기법이 부동산 매매 등 법률자문 서비스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거래 대상 물건의 권리관계 등 각종 법적 위험성을 확인하고, 변호사가 현장을 실사하고, 계약 체결에도 관여하는 등 로펌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29일 현재 트러스트 부동산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940여건의 매물이 올라와 있다. 최고가는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면적 195.39㎡로 59억원이다. 준공일시, 주차대수 등 단지 상세 정보는 물론 집안 내부도 공 변호사가 촬영한 3차원(3D)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트러스트 부동산은 매매가 2억5000만원(전·월세는 3억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자문료를 99만원, 미만이면 45만원을 받겠다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예컨대 10억원 아파트 매매 시 일반 공인중개사는 통상 990만원을 수수료로 받지만 트러스트는 99만원에 불과하다.
트러스트를 통해 서울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아파트를 판 고객은 “수수료를 1108만원 절약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공 대표는 “2년에 한 번 이사를 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와 공인중개사가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인중개사도 중개업무를 더 전문적으로 하려고 애쓰고, 중개수수료를 합리적으로 낮춰서 중개수수료가 하나도 안 아까울 만큼 스스로 개선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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