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사업자 '건보료 폭탄'
부동산 시장 위축 우려
[ 김주완 / 유승호 기자 ] 올해 말 끝나는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가 2년 더 연장될 전망이다. 여야가 과세 유예를 두고 팽팽히 맞섰지만 생계형 임대사업자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정치권은 정부안을 따르기로 잠정 합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29일 소규모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 유예 기간을 2년 더 늘리는 정부안을 따르기로 가닥을 잡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017년도 세법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시행될 연 2000만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세율 14%)를 2019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세법개정안이 본격 논의되면서 야당이 제동을 걸었다. 조세소위의 야당 소속 의원들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정부는 예정대로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시장 위축 등의 이유를 들어 유예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임대소득 과세로 바뀌면 집주인들이 높아진 세 부담으로 매물을 쏟아내 이미 공급 과잉 상태인 주택 시장이 급속히 침체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현재 새누리당 기재위 간사는 “임대소득 과세로 늘어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서민 부담과 부동산 경기에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과세를 유예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관계자는 “직장에서 은퇴해 노후 자금으로 마련한 주택으로 임대소득을 올리는 생계형 임대소득자가 많아 과세 시기를 늦추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임대소득에 과세하면 생계형 임대사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한꺼번에 급증한다는 점도 이유였다.
기재위에 따르면 현재 소득세를 내지 않는 임대사업자에게 과세할 경우 전체 과세 대상자의 48%가 건강보험료를 새로 내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소득이 없는 노후 은퇴자로, 소득이 있는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있다.
이들이 과세 대상자에 포함되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등재 자격이 상실되면서 건보료 폭탄이 불가피하다. 다른 소득 없이 연간 20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경우 소득세는 연간 56만원, 건보료는 연간 276만원 정도 부과될 것으로 추정된다. 세금의 5배가량 되는 건보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조세소위는 과세를 유예하는 대신 부대의견으로 과세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정부에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김주완/유승호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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