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정 역사교과서 '비빌 언덕'은 국가시험 수능?

입력 2016-11-30 14:43   수정 2016-11-30 15:44

수능 대비 위해 국정교과서 선택 가능성
국·검정 혼용시 史觀 따라 복수정답 우려도



[ 김봉구 기자 ] 지난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올바른 역사교과서·사진)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밀실 집필’과 ‘깜깜이 행정’이 부른 예견된 결과다. 당장 학교 현장의 반대에 부딪쳤다. 전국교직원노조는 물론이고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마저 ‘수용 불가’ 입장을 냈다.

교육부는 내년 3월 일선 학교에 국정교과서를 배포하려 했지만 계획대로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심각한 여론 악화 탓이다.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국정농단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국정교과서는 정권 차원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인 사업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추진동력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국정교과서가 선택받을 요인은 남아있다.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수능은 국가시험이다. 국정교과서는 국가(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하며 수능 역시 국가(한국교육과정평가원)가 출제한다. 따라서 수능 한국사 문제가 국정교과서에서 나온다면 수험생과 학교로선 국정교과서를 무조건 거부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검토본 공개 첫날부터 제기됐다. 당일 교육부 브리핑에서 취재진이 국정교과서와 수능의 관계 설정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준식 장관은 “수능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만 했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현재 중3 학생들이 응시하는 2020학년도 수능 한국사부터 국정교과서에서 출제될 예정. 게다가 올해 수능부터 한국사는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원래 로드맵은 ‘단일’ 국정교과서에서 출제되는 수능 ‘필수’ 한국사였던 셈이다.

교육부가 한 발 물러서는 국·검정 혼용 시나리오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어교사 출신인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검·인정엔 없고 국정교과서에만 있는 내용이 수능에 출제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검·인정교과서를 토대로 출제되는 기존 수능에선 각 교과서의 ‘공통부분’에서 문제를 낸다. 일선 교사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은 “국정교과서에만 있는 내용을 출제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교과서 편향성”이라며 선을 그었다.

교과서별 사관(史觀) 차이에 따라 수능 출제 내용이 달라질 경우 후폭풍이 클 것이란 점도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서울 소재 한 일반고 진학부장은 “출제오류 부담감 때문에라도 공통부분이 아닌 특정 교과서 내용에서 문제를 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만기 소장은 “이전에 수능 국어도 공통부분이 아닌 특정 교과서 내용이 지문으로 나온 적 있다. 해당 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출제한다’는 기본 방향과 이러한 전례를 감안하면 일부 문항에서 국정교과서 내용 출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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