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소비자 접근성 높지만 개인정보 유출·해킹에 취약
"상품 판매 모니터링 강화하고 규제 패러다임 전환해야"
[ 이현일 기자 ]
핀테크(금융+기술) 활성화로 소비자 편의성이 커진 만큼 금융사기 위험도 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보안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인 간(P2P) 금융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이 속속 등장하는 데 맞춰 기존 금융사 중심의 규제를 상품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국경제신문사가 30일 서울 중림동 한경 18층 다산홀에서 연 ‘제5회 금융소비자보호 심포지엄’에서는 핀테크발(發) 금융혁신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다양한 해법이 논의됐다. 김수일 금융감독원 부원장(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핀테크의 강력한 확장성을 이용하면 단기간에 많은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개인정보 유출 등 광범위한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금융 및 핀테크와 소비자 보호’를 주제로 발표한 이충열 고려대 교수는 “금융사를 직접 해킹하는 빈도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금융소비자 대상 범죄는 크게 늘고 있다”며 “중국 출신 해커가 동남아 휴양지에서 아프리카 서버를 이용해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금융사기를 저지르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 대상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기술 발전으로 범죄에 드는 비용이 낮아졌고 성공 확률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회사가 블록체인 기술 도입 등 보안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정부는 소비자 보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뒤이은 토론에서 강임호 한양대 교수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정부 부처가 합심해 대처한 덕에 온라인 금융사기의 한 종류인 피싱범죄 확산을 막았다”며 부처 간 협력을 주문했다. 이광진 전국은행연합회 법무팀장은 “전자금융범죄 피해는 계좌 출금으로 최종 실현되는데, 휴면계좌가 출금계좌로 이용될 가능성 높다”며 “금융회사에 휴면계좌 해지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규제의 패러다임을 시대 변화에 맞춰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과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추진방향’ 발표에서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 위주로 규제의 틀을 바꿔 나가겠다”며 “금융사 상품 판매 과정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나 판매 방식이 발견되면 즉시 판매제한 조치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업종별 규제 방식으로는 핀테크 시대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원은 “P2P 대출에 기존 대부업 규제가 적용돼 해당 업계가 반발하는 반면 사실상 신용판매인 통신사 소액결제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100% 적용되지 않는 등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금융상품을 기능별로 분류해 동일 행위에는 동일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