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산유량 감산에 합의했다. 러시아 등 비 OPEC 회원국도 동참하면서 연말 국제 유가 랠리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상단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다만 미국 셰일오일 업체 증산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OPEC은 간밤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하루 최대 생산량을 3360만배럴에서 3250만배럴로 약 120만배럴 줄이는 데 합의했다.
이러한 결정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며 회원국은 평균 4.6% 수준으로 생산을 줄여나간다. 다만 14개 회원국 가운데 리비아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는 이란은 정정 불안 등 내적인 요인으로 제외됐다. 이란은 경제 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한 뒤 동참하기로 했다.
OPEC이 감산에 합의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OPEC은 하루 평균 150만배럴 감축 결정을 내렸었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산유량 감산 합의는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적용되지만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며 "무엇보다 비 OPEC 회원국도 60만배럴을 줄이기로 한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비 회원국 중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앞서 30만배럴 감산에 동의했었다.
잇단 산유량 감산 합의에 국제 유가는 앞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초과 공급 규모는 약 80만배럴 수준이였다"며 "120만배럴 감산 합의로 내년에는 균형을 넘어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내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봤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동안 국제 유가를 짓눌렀던 공급 과잉 우려가 일정 부분 해소될 전망"이라며 "배럴당 55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산유랑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 하방경직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셰일오일 업체 증산으로 OPEC 감산 영향이 상쇄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 셰일 업체는 연초부터 시추 수가 늘어나고 있어 생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원은 "미국 셰일 업체 증산으로 감산 합의 영향이 상쇄, 국제 유가가 재차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다만 즉각적인 수급 역전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병진 이베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55달러 수준으로 빠르게 오를 것"이라며 "그러나 추세적인 상승은 어려워 배럴당 45~60달러 구간에서 가격이 형성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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