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구매자 부담 커지자 발행가격 낮춰
[ 황정수/이상열 기자 ] 부동산을 산 사람이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국채인 ‘제1종 국민주택채권’ 가격을 정부가 15년 만에 낮췄다. 국민주택채권 매입자의 99%는 채권을 산 뒤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바로 은행을 통해 시장에 매도하는데, 채권금리 급등으로 국민주택채권 시장가가 급락해 매입자가 떠안는 부담금(매입가-시장가)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채권금리가 계속 급등하면 가격을 더 낮춰 부동산 구매자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4일 국민주택채권 발행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올렸다. 정부가 국민주택채권 발행금리를 올린 것(채권 가격 인하)은 2001년 8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주택채권 발행자인 정부가 발행금리를 올리면 매입자는 그만큼 싸게 채권을 살 수 있다.
국민주택채권은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부동산을 산 사람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때 부동산 시가표준액의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국채다. 예컨대 서울의 시가표준액 6억원 이상 아파트를 산 사람은 시가표준액의 3.1%를 국민주택채권을 사는 데 써야 한다. 지난해 발행액은 16조1741억원이다.
매입자의 99% 이상은 의무 매입하는 데 목돈이 들고 만기까지 보유할 유인이 크지 않아 은행에 바로 매도 신청을 한다. 이렇게 하면 국민주택채권 매입자들은 의무 매입액을 다 낼 필요 없이 정부가 정하는 매입가에서 매도가인 시장가격을 뺀 만큼만 ‘부담금’ 명목으로 은행에 납부하면 된다.
정부가 발행금리를 인상한 것(가격 인하)은 지난달 8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시장에서 채권금리가 연일 상승해(채권 가격 하락) 국민주택채권의 시장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매입가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 매도가가 급락하자 부동산 구매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 전인 지난달 7일 1만원 단위로 거래되는 국민주택채권의 매도가는 9752원이었지만 23일 9560원까지 떨어졌다.
1000만원어치 국민주택채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부동산 구매자는 트럼프 당선 전인 지난달 7일 기준 부담금이 24만8000원(매입가 1000만원-매도가 975만2000원)이었지만 발행금리 인상 직전일인 23일엔 44만원(1000만원-956만원)까지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도시주택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주택채권 의무 매수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려는 목적은 아니다”며 “향후 시장에서 채권금리가 더 오르면 발행금리를 더 올리는 식으로 추가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행금리 인상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시가표준액 10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사서 국민주택채권 3100만원어치를 매입과 동시에 판다고 가정하면, 지난달 23일 기준 부담금은 146만원이었지만 금리 인상 이후인 30일에는 117만원으로 29만원 떨어졌다.
황정수/이상열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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