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품목 고부가가치화 진전
[ 장창민 기자 ]
올해는 세계 경기 악화와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작년에 이어 무역액 1조달러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이 늘어나고 화장품과 가공식품, 문화콘텐츠 등 새로운 품목이 수출 효자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중국 수출 의존도도 줄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리튬배터리, 보조기억장치(SSD) 등 수출 품목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같은 무역의 질 개선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간다면 수출 미래도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해도 무역액 1조달러 달성 실패
올해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한국 수출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58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 세계 수출 순위도 지난해 6위에서 올해 8위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낸 ‘2016년 수출입 평가 및 2017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전년보다 5.6% 감소한 4970억달러, 수입은 7.4% 줄어든 404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됐다. 무역 규모는 9010억달러로 지난해 9633억달러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무역연구원은 국제 유가 하락과 주력 수출 시장인 신흥국의 경기 침체,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인한 단가 하락 등을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대(對)신흥국 수출 비중은 2014년 58.8%에서 올해 57.2%(1~10월 기준)로 떨어졌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다.
다만 수출 부진 속에서도 주력 수출 품목이 OLED, 리튬배터리,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되고, 화장품 등 유망 소비재 수출이 선전하는 등 국내 수출 구조는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벤처기업 수출도 올해 10월까지 전년보다 2.6% 증가하는 등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같은 기간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은 37.7%로 전년 35.9%보다 늘었다.
연구원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틈새시장 공략, 과감한 투자, 혁신 상품 개발, 마케팅 다변화 등 차별적인 경영 노력과 끊임없는 혁신 활동으로 한국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수출 3.9%↑…3년 만에 증가세 전환 전망
부진에 빠진 수출은 내년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주요 신흥국 중심으로 세계 수요가 회복하고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연구원은 내년 수출과 수입이 각각 3.9%, 7.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도 예상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5165억달러와 4335억달러로 무역흑자 규모는 8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에 한국 수출 실적이 플러스를 기록하면 2014년(2.3%) 이후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하는 것이다. 3%대 이상 수출 증가세를 기록하는 것도 2011년 19.0% 이후 6년 만에 처음이 된다. 다만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한 무역 규모는 9500억달러로 3년 연속 1조달러 회복에 실패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호 무협 회장은 “미국 새 정부의 정책 변화와 맞물린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구조조정 강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난항 가능성 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는 세계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다만 신흥국 경기가 국제 유가 상승과 더불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품목별로는 석유화학(11.9%, 이하 전년 대비) 석유제품(6.9%) 등 원유 관련 제품, 디스플레이(5.4%) 등의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김 회장은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의 OLED 채용 확대, LCD(액정표시장치) 단가 상승과 TV 대형화 등이 수출 호조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3.3%), 일반기계(2.6%), 무선통신기기(1.8%), 철강(4.6%) 등도 다소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선박(-1.6%), 자동차부품(-0.8%) 등의 감소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