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vs 4월 사퇴…박 대통령 운명 가를 '수싸움'

입력 2016-12-0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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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들어간 탄핵정국…5대 변수와 시나리오

(1) 운명의 12월7일
박 대통령, 퇴진시점 발표 여부 주목

(2) 사활 건 정족수 확보전
비박 표결 동참 규모가 변수

(3) 퇴진 발표 후 여야 협상
야당 "탄핵 강행"…가능성 낮아

(4) 탄핵안 통과되면
새누리 갈등 심화로 분당 위기

(5) 탄핵안 부결 땐
야당, 정권 투쟁…여당 '역풍' 우려



[ 홍영식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오는 9일로 정해지면서 정치권은 피 말리는 수싸움을 시작했다. 가결이든 부결이든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변수가 많아 현재로선 표결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하기 어렵다. ‘시계 제로’ 정국에서 박 대통령과 여야의 운명은 이 변수들을 얼마나 유리하게 끌어오느냐에 달렸다.

우선 박 대통령이 탄핵 표결 전 스스로 퇴진 일정을 제시하느냐와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태도가 최대 변수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사퇴 시기를 명확히 밝히면 굳이 탄핵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탄핵하더라도 차기 대선을 6월 언저리에 치를 가능성이 큰 만큼 의미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4일 상황은 바뀌었다. ‘4월 말 퇴진-6월 말 대선’을 제안한 비박계가 이날 비상시국위원회 회의를 열어 여야가 퇴진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사퇴 일정 표명 여부에 관계 없이 표결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대 규모로 열린 지난 6차 주말 촛불집회가 이들의 태도 변화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야당도 박 대통령의 사퇴 시점 공표와 관계없이 탄핵을 강행하겠다고 한 만큼 사활을 건 가결 정족수 확보전이 시작됐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분의 2인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이 172명이어서 새누리당에서 최소 28명이 동참해야 가능하다.

당초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힌다면 탄핵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제 비박계가 돌아선 만큼 가결 정족수를 채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비상시국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40여명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26명이 탄핵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명만 더 찬성 쪽으로 합류하면 가결 정족수를 채우게 된다.

다만 변수는 있다. 대통령이 탄핵 전 퇴진 시점을 밝힌 이후 여야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비박계로서도 부담이다. 보수층들이 반발 할 수 있다. 비상시국위 소속 한 의원은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 일정을 제시했음에도 탄핵 표결이 이뤄진다면 협상을 거부한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인식하는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이 모두 표결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퇴진 시한을 밝혔음에도 표결을 강행하면 야당에도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대선 표를 겨냥한 ‘정치 쇼’로 보일 수 있어서다. 야당은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그 책임을 새누리당에 돌리면서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으나 ‘무책임한 야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퇴임 시점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가 협상할 가능성은 낮다. 야당은 촛불 민심을 거론하며 “남은 것은 탄핵뿐”이라고 외치고 있다. 퇴진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협상에 나서면 정치적 타협으로 비칠 수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9일 탄핵 열차에 탑승하라”고 한 것은 이런 정황과 무관치 않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새누리당 내에서 표결에 반대한 친박(친박근혜)과 찬성한 비박 간 내분이 심화되면서 분당 가능성이 높다.

부결되면 야당은 촛불의 힘을 빌려 정권 타도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해 “만약 국회가 탄핵을 부결한다면 촛불이 국회를 함께 심판할 것”이라며 “야당 의원 전원이 사퇴한다는 각오로 탄핵을 가결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촛불이 새누리당을 강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 무산 땐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하겠지만 정치적 후폭풍은 더 거셀 수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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