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만에 100만명 모은 ‘박근핵닷컴’ 써보니

입력 2016-12-05 11:41  



(임현우 정치부 기자) “탄핵은 오로지 국회의원을 통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탄핵을 요청하세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청원하는 사이트인 ‘박근핵닷컴(www.parkgeunhack.com)’이 개설된 지 만 나흘이 채 안 돼 80만명에 육박하는 청원이 몰리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박근핵닷컴은 네티즌이 자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이메일로 탄핵을 요청을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해당 의원이 답변을 하면 이를 취합해 정당별 국회의원의 탄핵 찬성 여부를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탄핵을 망설이는 의원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5일 오전 10시15분 현재 78만998명이 참여했고,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통해 참여 독려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지금 속도라면 금명간 1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네티즌들의 전망이다.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박근핵닷컴을 통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167명에 이르며 3명은 반대, 130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국민의당(38명)과 정의당(6명)은 전원이 찬성 의사를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121명 중 115명, 무소속은 7명 중 4명이 찬성 뜻을 공표했다. 새누리당은 의원 128명 중 7명 만이 자신의 입장을 밝혀 응답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태다.

기자도 한 번 해 봤다. 사용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첫 화면의 검색창에 기자가 사는 지역구 소속인 J 의원의 이름을 입력하자 그의 사진과 의원실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블로그 주소, 페이스북 주소가 떴다. 이 화면에서 나의 이름과 한줄 메시지,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 뒤 전송 버튼을 누르니 ‘발송 완료! J 국회의원에게 메일이 발송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1분도 안 돼 끝났다.

기자가 접속한 시점까지 J 의원에게는 4762명이 청원을 보냈다고 한다. 자신의 지역구 주민이라고 반갑게 인사해줬던 그가 이미 ‘메일 폭탄’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개인적으로는 안쓰러운 마음도 잠시 들었다.

이 사이트는 익명의 시민 네 명이 개발, 새누리당 비박계의 입장이 모호해지고 야당 분열로 혼란이 이어지던 1일 밤 11시에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자들은 ‘무엇을 더 하면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페이스북에도 박근핵닷컴 페이지를 열어 사이트 관련 소식을 알리고 있다.

박근핵닷컴은 들끓는 촛불 민심을 대변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의원별로 표시된 찬·반 여부가 100% 정확하지 않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예컨대 탄핵 찬성으로 표시된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강성 친박’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의원은 “그 사이트를 알지도 못한다”며 황당해하고 있다고 한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아니냐는 비판 또한 없지 않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생각해 볼 대목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운명의 1주일’로 불리는 이번주,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 박근핵닷컴은 계속 달아오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끝) /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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