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산업분리 덫에 걸린 인터넷전문은행

입력 2016-12-0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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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키우겠다더니 기존 금융주력자에 은행 면허권 하나 더 준 꼴로 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곧 본인가를 내주기로 한 K뱅크의 경우 정작 설립을 주도한 KT가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경영권 행사를 주도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처한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두 인터넷은행 모두 최대주주가 기존 금융주력자여서 이럴 바엔 뭐하러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킨다고 그 법석을 떨었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파행을 빚은 결정적 이유는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서는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보유는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 10%까지 가능하지만 4% 초과분은 의결권이 없다. 이에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곧 완화한다는 전제 하에 지난해 11월 은행업 예비인가를 내줬다. 당시 금융위는 혁신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산업 혁신을 이끄는 메기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규제완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말이 인터넷전문은행이지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다를 것이 없게 됐다.

국회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제대로 된 인터넷전문은행을 하려면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건 여야 정치권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국회는 관련법안이 다섯 건이나 발의돼 있는데도 아예 논의할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 정국이 소용돌이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시급한 경제법안 처리를 마냥 미룬다는 게 말이 되나.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추가 증자도 쉽지 않아 영업 역시 지장을 받을 게 뻔하다. 문제는 한국이 이러는 사이에 나라 밖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조차 한국을 추월했다. 국회는 정치문제와 별개로 은산분리 완화법안 처리에 즉각 착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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