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부실 유로존 확산 우려
유로화 한때 1.5% 폭락
[ 뉴욕=이심기 기자 ]
자국 우선주의가 영국과 미국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삼켰다. 경제난에 따른 청년실업 증가,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기존 정부 지도자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4일(현지시간) 자신이 추진한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서 큰 차이로 부결되자 사퇴를 선언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전체 투표자의 59.11%인 1941만명이 개헌을 반대해 찬성(40.89%)을 압도했다. 렌치 총리는 패배를 시인하고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렌치 총리는 2014년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집권했지만 더딘 경제 회복과 높은 청년실업률, 대량 난민 유입 등에 발목을 잡혀 좌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 야당인 오성운동은 렌치 정부의 실정에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이라는 자국 우선주의를 결부해 개헌 부결을 주도했다.
이탈리아는 영국과 미국 다음으로 기성 정치권이 불신임을 받은 국가가 됐다. 영국은 지난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되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물러났다. CNN은 “브렉시트 결정에다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에 자극 받아 자국 우선주의 정당들이 급부상하고 있다”며 “내년에 선거가 예정된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개헌 불발로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권으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5일 유로화 가치는 장중 1.5%까지 폭락했다가 반등하는 등 요동쳤다. 지난해 3월16일 이후 가장 낮은 유로당 1.0506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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