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주식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영국(브렉시트)과 미국(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슈로 이미 파고를 넘은 금융시장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OPEC 합의)를 거쳐 이탈리아(개헌 국민투표 부결)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다. 브라질과 인도의 경제상황까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이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FOMC)과 유럽 중앙은행(ECB)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대내외 이슈에 대한 분석과 전망 그리고 대응책 등을 모아 정리해 본다.
◆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널뛰기 이슈…OPEC 합의→이탈리아 국민투표→ECB·FOMC 회의
12월 첫날 국내 증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소식에 즉각 반응하며 반등에 나설 채비를 했었다. OPEC은 내년 1월부터 하루 120만배럴씩 감산, 이를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한 이후 내년 5월에 다시 연장 여부를 합의하게 된다.
OPEC의 감산 합의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가 반등이 달러 강세를 진정시키고, 이는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경기 반등에 모멘텀(동력)이 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반등은 이머징 통화가치 안정과 글로벌 교역 흐름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 금리 급등과 달러화 강세로 불안했던 이머징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날(5일)까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탈리아 국민투표의 부결 소식은 사실상 부담 요인이다. 이탈리아의 부실한 은행들 탓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입을 모았다.
김문일 흥국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극우정당인 오성 운동이 집권하게 되면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ECB가 오는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 연장 및 확대 등 대응 카드를 제시해 우려를 없앨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뉴욕 증시는 간밤 이탈리아의 국민투표 부결에도 불구하고 경기지표 호조와 국제 유가 상승, 달러 약세에 힘입어 일제히 뛰어올랐다.
◆ 12월 증시 향방의 키(Key) '따로 또 같이' ECB와 FOMC
전문가들은 대부분 ECB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예상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드라기 ECB 총재가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미흡하고, 필요한 수준의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며 "게다가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 시 국채매입을 늘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했었다"고 전했다.
양적완화(QE) 연장 가능성(6개월 연장 유력)은 물론 이탈리아발(發) 충격을 없애기 위한 반전 카드도 등장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판단이다.
오는 14일~15일 열릴 예정인 미 FOMC는 ECB 회의와 함께 또 다른 '증시 호재'로 여겨지고 있다. Fed의 코멘트가 매우 완화적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에서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FOMC가 전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되찾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Fed의 코멘트가 완화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시장에선 최근 금리 급등 현상을 경기 회복의 신호탄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만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자연이자율은 여전히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금리가 계속 오르면 통화정책 측면에선 긴축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12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현재 컨센서스(시장의 기대치)인 '내년 1~2차례 정도의 추가 인상(baby step)'이 확인될 경우 현재와 같이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장이 먼저 반영, 급등했던 미국 2년물 국채금리 상승(고점 1.15%, 현재 1.10%)과 달러 강세가 진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 일단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ECB와 FOMC를 거치면서 달러 강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촛불정국'에서 '탄핵정국'으로…외환보유액·이익전망치 ↘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정치적인 이슈를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 예산안(400조원)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마비, 경기에 적잖은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촛불정국'이 '탄핵정국'으로 바뀌면서 정치적 혼란 역시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진단이다. 당장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일부 대기업의 주가 흐름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주식시황 담당 연구원은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과 2008년 4월 이명박 정권 광우병 사태 당시 시장 반응을 돌이켜보면 분명히 증시 부진과 시장금리의 상승이 관찰된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기간에 신흥국을 위시한 글로벌 증시의 동반부진세가 확연했던 기간이라는 점에서 그 당시 반응이 정치 파장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을 이끄는 핵심 수급원이 외국인투자자들인 데다 이들의 초점은 정치 이슈 등 내부 변수라기 보다는 글로벌 매크로와 정책 환경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란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다만 그는 "이번 사태와 연루된 일부 기업들의 경우 과거 사례와 다르게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앞으로 검찰 수사 등에 따라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의 감소와 상장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점 역시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외환보유고의 경우 달러 안정과 함께 진정될 것으로, 기업이익은 반대로 상향 조정되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720억 달러를 기록해 전달보다 31억 달러 가량 줄었다. 이는 2015년 7월(39억달러 감소)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폭이며, 10월부터 2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안타증권은 "달러 가치의 상승에 따른 유로화와 엔화 등 기타 외화자산 환산 금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달러 인덱스가 11월 한 달에만 3.1% 절상(가치)됐다"라고 전했다. 이로써 글로벌 외환보유액 규모 순위는 기존 7위에서 8위로 한 단계 낮아졌다.
상장기업들의 올 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전주보다 0.8% 하향 조정된 24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6년 순이익 전망치 역시 전주보다 0.3% 감소한 103조5000억원(컨센서스 존재 254곳 기준).
미래에셋대우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순이익 전망치가 상향된 곳은 디스플레이, 조선, 화학 등이며 필수소비재는 4분기 이익 전망이 좋아진 업종으로 꼽혔다. 저평가 종목으로는 아시아나항공, 에스엘, 두산중공업, 테스, 두산, 삼성중공업, 삼성생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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