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전국은행연합회와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센터가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주제는 미국 신(新)정부 출범 이후 은행산업 전망과 리스크 요인 점검이었습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매일같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주제에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은행권 기획, 여신, 리스크 담당자들을 포함해 150여명이 세미나를 찾았습니다. 이날 발표에 나선 금융 전문가들은 모두 내년 미국 신행정부의 정책 시행에 따른 은행권 최대 리스크로 금리 급등 가능성을 꼽았습니다.
금리 급등은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키고, 기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등 취약·한계계층의 상환능력이 악화하면 은행으로서도 리스크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국내 정치적 불안까지 더해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자산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게 이날 세미나의 결론이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눈에 띄는 건 은행권 대출 가산금리에 대한 분석이었습니다. 국내 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이 조달금리 변동에 따른 것이지, 수익성 증대를 위한 폭리가 아니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5년 만기 금융채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며, 가산금리 산정은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권 가산금리 상승이 반드시 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은행들이 스스로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설명이었죠.
하지만 내년도 은행권 리스크를 짚어보는 세미나 자리에서 이런 얘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진 건 최근 불거진 은행권 폭리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성장·저금리라는 악재 속에서도 은행들은 올 3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거뒀습니다. 여기에 지난 10월 이후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자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는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금리 상승분보다 높은 이자를 받고 있다’는 폭리 논란이 거세졌거든요.
대출 금리는 각 은행별로 자금조달원가, 예상손실 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책정합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살펴보면 2010년 초 2.2%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2011년 중 1%대 초반까지 하락했습니다. 이후 소폭 등락을 거듭했죠. 2015년 2분기 전후로는 가산금리가 꾸준히 올라 1.5~1.7%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대출 금리가 국제적인 수준에서 그리 높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은행이 금리를 높이면 대출 수요가 줄기 때문에 가산금리는 수익과 성장간 선택을 위한 은행의 전략적 변수라는 게 금융연구원의 설명이었습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은행 수가 두 개 이상 복수일 때 대출 금리의 적정성 논란은 무의미하다는 얘기였죠. 그저 물량을 조절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또 대출 금리가 과도한지 여부는 은행의 수익성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올 3분기 누적 1.55%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9%로 작년 미국 상업은행 평균인 9.26%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대출 금리 수준에 대한 적정성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 비교 공시를 확대해야 한다”며 “실수요자에게 대출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의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있어 은행권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금리 적정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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